이 책을 선택하기 전 독일가곡을 통해 만났던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들을 떠올렸다. 노래를 통해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하이네의 시들은 아름답고 깨끗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시들은 그게 아니었다.
사랑의 실패로 인해 한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 살아 있는 것이지옥이라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절절히 들 정도로 고통스러움이 가득한 시들이었다. 시를 하나하나 읽다보니 이렇게 고통스러웠는데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아.. 이렇게 시로 다 쏟아내었으니 괜찮아질 수 있었을까?
하이네의 이 고통스러운 시를 읽으면서 누군가는 왜이렇게 힘들게 사랑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게되고, 견뎌내기까지의 그 무게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두꺼운 책 한 권으로 구구절절 마음을 쏟아내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해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을 하고 헤어져 아픈 마음을 이렇게 무겁게 여기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안쓰럽기도하고 예전에.. 모두가 그랬던 시절이 그리워지기도한다.
하지만, 이건 그냥 나 혼자의 생각일 뿐이고 하이네가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는지는 모르겠다. 요즘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시대의,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나라의 글을 접하는 것이 점점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엔 그냥 나랑 안맞는 스타일의 글인가보다 생각하고 말았는데, 이젠 나의 무지(無知)로 인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책을 읽기 전 역사공부를 해야하나 고민이 들기도한다.
바쁜 일정이 끝난 기념으로 가볍게 시를 읽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선택했건만 이 책과 함께한 며칠동안 그의 고통스러움을 고스란히 나눠받으며 지낸 것같다. 하지만 사랑의 무게를 느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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