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트 에코의 마지막 소설을
반드시 읽어야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움베르트 에코는 제게
지성의 집약체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였기에
그의 작품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 있습니다.
석사 논문을 쓸 때도
논문 잘 쓰는 방법이라는 책을 읽고
하나하나 따라 했을 정도였으니
(때마침 지도교수도 전혀 도움이 안되었기에..)
내겐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인생의 한 지점에 영향을 준
훌륭한 지도교수님의 느낌입니다.
그의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은
너무 어렵고,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은 꽤 걸렸지만
모두 읽어냈다는 성취감이 매우 높았습니다.
마지막 소설인 제0호는 과연 어떨지
걱정 반 기대 반 마음을 안고
첫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내용은 술술 읽혔고
장미의 이름 같은 느낌을 기대했던 제게
약간의 실망감을 주었습니다.
어? 뭐야..
왜 이렇게 술술 읽히지?
내가 너무 똑똑해졌나?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계속 이어나가다 보니
이야기가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기대하던 이야기의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겨우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신문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읽으며
저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이런 사기극에
어쩜 저렇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진실인 것처럼 지낼 수 있는 건지
화가 치밀어올라 미칠 것 같았습니다.
아마 이야기 속의 허구라 믿을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떠올라
더 화가 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 차리고 살면
이런 거짓된 뉴스 속에서
진짜 뉴스를 찾아낼 수 있게 될까
무거운 마음이 되며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사람들이 속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너무 늦다.
거짓말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다 얻은 다음이므로
- 움베르트 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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