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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orning/시,에세이

[허수경] 에세이_ 가기 전에 쓰는 글들(허수경 유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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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에 쓰는 글들

 

2021_16

 

이 책은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시인 허수경 님의

메모를 모아놓은 책이에요.

 

흩어질 듯한 생각들,

흩어져있던 생각들을 모아

글로 써 내려간 메모들을 보니

매 시간 흘러가는

시간의 한 자락을

마법사처럼 살짝 잡아다

종이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유고집이라고 했지만, 

책의 메모가 시작되던 2011년

시인은 자신의 생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지 못했을텐데..

 

하지만, 어째서인지 스스로 삶의 무게에 지쳐

모두 놓고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의 

글로만 보이는 걸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녀의 삶의 무게와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있었어요.

 

유고집이란 타이틀 때문에 생긴

제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몇몇 지인은 이 책을 읽다가

너무 힘들어서 책장을 덮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허수경 시인 날것의 고통과 외로움,

생각과 고민이 그대로 담겨있어요.

 

시어로 표현된 생각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느낌입니다.

생각의 흐름대로 써 내려간 메모라 그런지

그녀의 마음이

시를 읽었을 때보다

더 가슴 아프게 전해져 왔습니다.

 

2014년 4월의 메모

세월호 이야기에선 더더욱

아픈 마음이 전해져

저도 심호흡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만일 제가 그녀의 옆에 있다면

한 번 안아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루하게 느껴지는 좋은 교향곡들은

자신의 영혼의 상태를 

아주 극도로 천천히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p. 67

 

 

실없는 소리를 하고 

결국 그 말을 반성하는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너무나 달다

 

- p. 94

 

 

 

안는다는 것

 

너를 사라지게 하고

 

나를 사라지게 하고

 

둘이 없어진 그 자리에

 

하나가 된 것도 아닌 그 자리에

 

이상한 존재가 있다,

 

서로의 물이 되어 서로를 건너다가

 

천천히 가라앉는다 종이배처럼

 

 

- p.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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