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다 읽은 후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대략적인 소재는 미리 알고 있었지만
이 일이 "1986년생"인 저자가 경험한 일이 믿기지 않아서인지
그녀의 피나는 노력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가족 테두리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는 확신이 들지 않아서인지
무언가 알 수 없는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채우며
마음속에 태풍과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을 땐 그녀 스스로 '배움'이라는 것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에 대해
감상으로 써야겠다 생각했었지만
정작 책을 덮었을 땐 도무지 제 생각을 정리할 수 없었어요.
며칠의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써봐야겠다 마음먹었지만
저자가 찾아낸 배움의 발견이라는 포인트보다
가르치는 입장으로서의 '교육'이라는 주제에 생각이 닿고 나니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자인 타라 웨스트 오버는 독실한 모르몬교 가정의 막내입니다.
아이다호의 산에서 살면서
아버지는 폐철 처리장을 운영하고
어머니는 산파 일을 합니다. 그렇게 벌어들이는 돈으로
'바로 코앞에 도착한' 종말을 대비하기 위해 저장 가능한 음식을 만들고
무기와 연료를 모아 저장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공교육, 보험, 병원 치료를 거부합니다.
자녀들은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았죠.
나라의 간섭을 받으면 세뇌를 당한다고 생각해요.
하물며 안전벨트를 하지 않기 위해 차를 개조할 정도이지요.
무엇하나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차가 반파되는 사고가 나도
쇠붙이에 살이 찢어지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뇌가 보일 정도로 머리가 깨져도
온몸에 화상을 입어 살이 다 녹아내려도
집으로 가서 약초와 오일로, 신의 에너지로 치료를 합니다.
그게 그들이 믿는 신의 섭리라고 말합니다.
자녀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일을 도우며 살고 있어요.
학교를 다니지 않기 때문에 자녀들은 아버지의 가르침이
신의 말씀이자 곧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타라 가족의 문제는 이단 성향의 종교적 문제에 기반을 둔
부모의 무지(無知)였습니다.
부모의 무지가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사랑하는 자녀들을 어떻게 지옥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부모는 그 집안의 교주이고, 자녀들은 맹신도로 키워진 것입니다.
타라와 형제들은 본능적으로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것들도
자동적으로 자신이 틀린 거라고 생각합니다.
맹신도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받은 신의 계시에 토를 달 수 없고
신의 계시를 전달하는 교주 같은 아버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오빠의 도움으로 타라가 그런 집을 떠나 대학에서 교육을 받게 되기까지
그 과정은 너무나 길고 아픕니다.
부모가 휘두르는 날 선 말들이 그녀를 지나 제 가슴조차 찌르는 것 같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제가 병들 것 같습니다.
그 미친 가정을 이해하고 품으려는 타라의 노력을 이해할 수 없고
어떻게든 그 부모를 끊어내고
그녀가 새로운 가정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염원만 가득합니다.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사실을 참고한 허구였으면
억지로 오버해서 표현한 부분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그 부모를 향한 분노가 멈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엔 이런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을 것이고
어쩌면 제 제자일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이런 무지의 폭력에 휘둘리며 살고 있다는 생각에
대상도 없는 화가 폭발하고 맙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책의 추천사에
자신이 떠나간 세계를 향해 여전히 깊은 이해와 사랑을 보여준다는 글을 썼더군요.
아니요.. 저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깊은 이해와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부모에 의해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빼지 못하고 주춤 거리는
아직도 남아있는 불안한 맹신도의 모습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녀의 삶을 그녀가 온전히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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