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도 피하고 밥도 먹을 겸
출구로 나왔습니다.
점심시간만 운영하는 식당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가든이 저녁 5시면 문을 닫거든요.
여행 오기 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먹을 메뉴를 정해왔는데
약간의 변동이 있네요.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면
가져다주세요.
치우는 건 셀프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츠동이 있어서
주문해보았어요.
약간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여느 관광지 식당들과는 다르겠지
생각하며 먹어봅니다.
보통 가츠동은 소스가 밥까지 덮을 정도여서
촉촉한 편인데
여긴 독특하게도 밥 위에
가츠를 올려놓기만 한 가츠동이었어요.
기대와 달라서 조금 실망은 했지만
밥은 맛있었어요.
서방이 젤라또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곳에도 젤라또 가게가 있길래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 소프트크림 파입니다.
각자 하나씩 먹기는
배부를 것 같아서
트리플 하나를 주문해 나눠먹기로 했습니다.
직원분이 담을 때부터 느껴지긴 했지만
질감은 전혀 젤라또스럽지 않았어요.
홋카이도에서 흔히 먹는
소프트크림보다도 쫀득한 느낌이
없었답니다.
보기에도 그렇지 않나요?
그냥 스쿱으로 담아놓은
일반 아이스크림처럼 보이죠?
점심 먹던 가든 카페에 들어와
같은 자리에 앉아서
실망스러운 젤라또를 먹었습니다.
점심 먹고 젤라또까지 먹고 나니
가장 뜨거울 시간이 되었습니다.
잠시 고민해봅니다.
숙소로 들어가 시원하게 쉴 것인가
어차피 뜨거웠던 하루
마지막까지 구경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해바라기 밭 메밀 밭으로
다시 한번 나왔습니다.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뚱땡이 벌들도 많고
가까이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젠 태양과 정면으로 마주 보는
느낌입니다.
눈이 부셔서 걸을 수가 없네요.
레스토랑 주차장 쪽에서 연결되는
가든 입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지금은 막아놓았더라고요.
입구만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가자
이야기하면 계단을 올라갑니다.
이 정도 하늘이면
오늘 밤에도 은하수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찍 잠들어 은하수를 못 봐서 투덜거리는
서방에게
오늘은 볼 수 있을 거라고
위안을 해주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역시 입구가 막혀있네요.
4년 전엔 저 언덕 위에
드레스 가든이 있었는데...
자작나무로 만들어놓은 울타리
자작나무를 보면
가끔 눈알처럼 보이는 자국이 있어서
사진 찍어서 외계인 같은 거 그림 그리면
재미있겠다..
생각 들 때가 있어요.
한 번 눈알로 보기 시작했더니
자작나무 볼 때마다
계속 눈알이 보여 혼자 킥킥대곤 합니다.
막혀있는 입구를 뒤로 하고
레스토랑 앞으로 가서 돌아내려 오기로 합니다.
레스토랑 근처에서 가든 방향을 바라보니
이쪽 입구는 활짝 열려있습니다.
그냥 버려둔 땅은 아니라서
관리하는 차량들 입구인 것 같은데..
이리 활짝 열려있으니 안 들어갈 수가 없네요.
조금만 가볼까 하면 들어가 보는데
저희 말고 다른 손님들도 몇몇 산책 중이셨어요.
한 여름 뜨거운 햇살인데
갈대를 보니
가을이 가까이 있는 건가 싶어 집니다.
뒤돌아 보니
모두 작게 보여요.
더위에 지친 꽃들..
자외선에게
제 팔과 다리를 내어주고
겨우겨우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전망대에 올라서서
빙글 돌아 주변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이런 초록 식물들과
파랑 하늘에
제 눈이 젖어 들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날씨가 맑은 것 같은데
다이세츠 산 위에 구름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한 번 더 은하수를 구경하고 싶은데
저 구름이 자꾸 신경 쓰이네요.
그 와중에
산 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노래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오른쪽 구름이 입으로
'후~'불어서
작은 구름들 다 쫓아주는 것처럼
보였어요.
아침부터 몇 시간 동안
계속 돌아다녔으니
이제 정말 숙소로 돌아가 쉬기로 합니다.
팔 다리 목
전부 익어버려서
서방도 저도 벌겋게 되었습니다.
그림 같은 모습
잠시 쉬고 나면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이 보이길 바라며
숙소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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