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나니
더욱 차분한 마을이 되었습니다.
오늘 저녁 메뉴입니다.
실제로는 조금 다른 재료도 있었어요.
서방이 고른 스파클링 와인
Ca'del Bosco Fraciacorta Cuvee Prsetige NV
개인적으로 강렬한 술을 좋아하는지라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은
그다지 제 취향이 아니어서
지금까지는 서방이 원하는 만큼 마시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 취향의 술들을 마시기 힘들어져서
이번 여행은 주로 화이트 와인을 마셨습니다.
서방이 제 입맛이 바뀌었다고
매우 좋아하더라고요.
여름에 어울리는
시원한 뽀글이
스파클링 와인은
글라스에 담겨서
뽀글거릴 때가 제일 예쁜 것 같아요.
첫 번째
콜라비 무스와 털게를
콜라비 안에 담아 놓은 요리입니다.
해산물들과 그다지 친하지 못한 제가
아주 좋아하는 바다친구가
바로 게예요.
먹기 번거로워서 잘 안 먹지만
이렇게 살을 다 발라서 요리해 준다면
얼마든지 맛나게 먹을 수 있지요.
동그란 콜라비를 그릇처럼
사용한 것이
너무 귀여웠어요.
가든에 있는 꽃들로
장식해 놓았어요.
바로 옆에서 가져오니
싱싱하고 향기도 너무 좋았어요.
저희 부부의 와인 주량은
평소엔 각 1병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제가 엄청 적게 마셔야 할 상황이라
미리 얘기해 놓았지만
첫날이기도 하고
와인 쟁이인 서방이 메인 와인으로
레드 와인을 한 병 더 주문했습니다.
La Spinetta Barolr Campe 2001
Nebbiolo 100%
사로마 호타테
바질소스 가지구이
토마토 에스푸마
차조기 꽃과 허브
꽃이 음식으로 나오니
서방이 움찔움찔하네요.
와인 초점
와인잔 초점
식사 중 창밖을 보니
북쪽 여우 한 마리가
빌라 앞쪽으로 쪼르륵 뛰어갑니다.
가까이서 봤으면 좋았을 텐데
(무서웠으려나요?)
유리창 너머로 보려니 너무 아쉬웠습니다.
한참 두리번거리다가
메밀 밭쪽으로 가더군요.
맛있는 먹이를 찾길..
카미카와 쵸 녹색 가지 구이
바질 오일 아몬드 퓌레
이베리코 Lardo
아마란스(줄 맨드라미)
아무거나 잘 먹는 서방이
몇 가지 싫어하는 채소가 있어요.
가지와 단호박입니다.
올해는 가지가 풍년인지
첫날을 필두로 2주간
매일매일 가지가 요리로 나왔어요.
이 날만 해도 그럴 거라 생각도 못했었는데..
가지 좋아하는 제가 봐도
이럴 수도 있나 싶었어요.
그래도
여름은 역시 가지의 계절인 거죠.
키타미 사츠마 이모(고구마) 구이
라비올라 치즈 소스
이베리코 살라미
샤코탄 우니
콘소메 쥬레
이쿠라를 올린 카펠리니
계란 노른자 스모크
오무 쵸 앵거스 규 스테이크
채소 오븐구이
완두콩 소스
스테이크가 나오는데
굽기 정도를 물어보지 않아서
조금 걱정했었어요.
아마 미디엄 레어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세상에 어쩜 이렇게 잘 구웠을까요?
이 정도 붉은 기면 잘랐을 때 피가 좀 나올 텐데
(먹기는 좋은데 피 흐르는 건 싫거든요..)
깔끔하게 잘리더라고요.
레드와인을 다 마시고 나니
직원 분께서 병을 가지고 가셨습니다.
자리 정리하느라 치워주신 줄 알았는데
레이블을 떼어주셨어요.
예전엔 레이블 따라 그리는 데 빠져서
한참 스케치북에 그리곤 했는데..
마음에 쏙 들었던 와인이라
레이블 떼어주신 게 너무 기뻤어요.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디저트가 나왔습니다.
올해 결혼 11주년이라
기념일 축하 메시지를 써주셨어요.
디저트와 함께 작은 선물 백을 들어오셨어요.
응? 이게 뭘까요?
서방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며
얼른 열어보라고 합니다.
티파니 상자가 나왔어요.
응? 응? 티파니라니?
오드리 헵번이 나왔던 그 티파니?
작년 결혼 10주년 즈음
시아버님이 많이 편찮으셨고
곧 큰 일을 치렀던 터라
서방도 저도 많이 힘들었었어요.
그때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선물을 준비했다고
고맙다고 카드까지 써서
서프라이즈를 해주었어요.
화려한 것 사고 싶었는데
제가 워낙 그런 걸 안 하다 보니
(제가 가진 비싼 것들은 전부 서방님의 선물입니다.)
평소에도 쉽게 할 수 있는 심플한 디자인을 골랐다고..
가격을 떠나 저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
눈물이 나고 말았어요.
선물 받고 울어보긴 처음이었네요.
홍차 한 잔에
동그란 초콜릿으로
오늘의 식사가 끝났습니다.
맛있는 식사
감동적인 서프라이즈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길을
조심스레 내려와
빌라로 들어갑니다.
모든 빌라에는 손님들이 계세요.
만실입니다.
전 스파클링 와인도 한 잔
레드 와인도 한 잔만 마셨기에
나머진 전부 서방이 마셨어요.
숙소에 오니 서방은 헤롱헤롱 합니다.
평소 같은 면 괜찮았겠지만
요즘 엄청 힘들게 일하고 와서
아마 체력이 많이 달렸나 봐요.
아무 생각 없이 테라스에 나와보니
세상에 하늘에서 별이 쏟아집니다.
은하수도 보여요.
어어..
별 사진 찍는 방법 모르는데
어쩌지 어쩌지..
당황하다가 이리 누르고 저리 누르고
작은 앞마당 잔디에 의자 두 개를 겹쳐서
기울여놓고
카메라를 하늘을 향해 놓았습니다.
(삼각대도 안 가져왔는데..)
어찌어찌 찍었지만
모두 흔들려버렸어요.
하지만
그날의 기분이라도 느껴보려고
흔들린 사진 쬐끔 보정해서
이렇게 남겨놓기로 했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자고 있는 서방을 막 깨웠지만
벌써 꿈나라 별나라 가있는지라
일어나지도 못했어요.
다음날 자기 안 깨우고 저 혼자 봤다고
어찌나 구박을 하던지..
홋카이도 여행을 하면서
공기 맑은 시골로 들어갈 때면
혹시나 볼 수 있으려나
삼각대를 챙겨갔었는데
매번 실패했었어요.
맑다가도 구름이 끼고..
그래서 이젠 무거운데
사용은 잘 못하고 있으니
삼각대 가지고 다니지 말자라고 했는데
아.. 딱 이렇게 되네요.
(삼각대 아니어도 미리 공부해놓지도 않았지만요..)
새벽에 집을 나설 때부터
밤하늘 쏟아지는 별을 만나는 시간까지
행복한 여행 첫날이라고 할만한
아름다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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