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7(수)
다시 찾아온 저녁식사 시간이에요.
오늘 저녁은 어렵게 예약을 완료한 곳이에요.
밖에 나오니 낮과 다르게 비구름이 가득해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우산을 챙겨 나왔는데 다행입니다.
덥고 습기 가득한 날 걸어가기엔 무리인 곳이라 택시를 탑니다.
저는 운전을 못 하는지라 항상 밖에 있는 다른 차들을 구경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택시 타고 가는데 번호판이 5555인 차가 지나가서 오! 신기한 번호라고 감탄했는데
대형 버스도 ok go go라고 쓰여있고 사진엔 안 보이지만 번호판에도 55가 있었어요.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맛있는 저녁 먹으러 가는 길이에요.
가게 앞에 내렸어요.
오늘 식사할 곳은 스시미나토(鮨みなと)입니다.
오픈시간에 예약했는데 아직 오픈 전이라 주변 구경하며 기다리기로 해요.
건물 뒤로 아사히카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징기스칸 다이고쿠야가 보여요.
예약이 가능한 곳이긴 한데 저희가 예약하는 시점에선 맞는 시간대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아쉽게도 이번엔 주변에 가득 찬 맛있는 냄새만 맡아봅니다.
이곳은 2017년 북해도판 미쉐린 별 하나를 받은 곳이래요.
생선요리는 안 좋아해도 스시는 잘 먹고 한국에서도 먹으러 잘 가면서
이상하게도 제가 스시를 안 먹는다고 인지하고 있는 남편이
저 때문에 스시야에 못 간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자꾸 해서
먹는다고 먹을 수 있다고!!!!! 엄청 분노하는 저를 보고서야 예약한 곳이에요.
홋카이도 여행 중 처음으로 스시야에 방문했다는 기념비적인 날입니다.
영업시간은 18:00~23:00
조금 기다려달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칼같이 지키는 이 시간개념이 가끔 답답하기도 하지만
로마에 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죠.
잠시 기다립니다.
다이고쿠야 대기석에도 사람들이 가득해요.
화로에 구워지는 고기 연기가 동네를 가득 메웁니다.
이쪽 하늘은 더욱 어두워지고
이쪽은 파랗고
입체적인 하늘을 구경하다 보니
가게 안내판에 불이 들어옵니다.
오픈 시간이 지났고, 불도 다 들어왔는데 자동문이 열리지 않아요.
이상하다 싶어 초인종 같이 생긴 걸 누르니 문이 열리더라고요.
원래 이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오마카세 코스로 먹을 거라 카운터석을 예약했어요.
카운터석은 오마카세 전용이에요.
제일 안쪽 자리에 앉았어요.
카운터석을 예약하기 위해 세 달 전에 예약했는데
가능한 날이 이 날 하루였지 뭐예요.
주방에 있는 생와사비 뿌리가 눈을 사로잡아요.
첫 잔은 진저에일
Canada Dry
진저에일 만드는 것도 쉬워 보이던데 한 번 집에서 만들어 볼까 봐요.
생강청도 레몬즙도 탄산수도 있는데 말이죠.
깔끔한 상차림
풋콩을 기름에 살살 볶아 소금 톡톡 뿌린 것으로 츠마미 스타트!
셰프님들 손을 보면 세상에 이렇게 깨끗한 무언가가 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계란 프라이 같이 생겼어요.
고노와다를 올린 마츠카와 가레이와 엔가와입니다.
아무리 봐도 작은 버전의 계란 프라이 같아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에요.
해삼 내장인 고노와다의 풍미도 아주 훌륭해요.
앞에 있는 보랏빛이 감도는 푸른 꽃 너무 예뻐요.
멀리서 보기에 양귀비랑 비슷한 느낌이 들어 이래저래 검색해 보니
히말라야 블루 포피가 가장 비슷해 보이는데
정확히 어떤 꽃인진 모르겠어요.
만화 캐릭터 같이 서있는 와사비 뿌리
이 뿌리를 바로 갈아서 먹으면 와사비의 매운맛이 거의 없더라고요.
다음 메뉴는 미즈타코예요.
커다란 문어를 스윽스윽 자르고 있는 셰프님
구경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고문당하는 문어의 비명이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ㅋㅋㅋ
찍어 놓고 보니 징그러운 미즈타코 한 조각
다음은 무시아와비가 나왔어요.
쫄깃하고 고소하고, 좋은 건 다 갖고 있는데요?
가츠오츠케가 나왔어요.
오! 이건 신세계가 아닌가요!
너무 맛있어서 둘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격하게 끄덕입니다.
어머, 이건 누가 봐도 게 살이잖아요. 갑각류 러버인 저를 위한 메뉴인가요.
케가니와 유리네를 넣어 만든 차완무시입니다.
역시 게 살은 남이 발라줘야 맛있지요.
게의 맛과 향이 가득 담겨서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시마에비 한 마리
이름이 인상적인 메히카리
눈이 빛나서 메히카리일까요?
아귀 간 안키모가 나왔어요.
바다의 푸아그라라고 불린다네요.
사와자쿠라, 아유를 으깨어 만든 요리예요.
오오, 제가 좋아하는 부위가 보이는군요.
타치우오
갈치구이야 말해 뭐해요. 너무 맛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하코다테 생선 박사님인 타네짱이
갈치를 연구하려고 우리나라 바다에 왔었다고 한 기억이 나는데..
셰프님, 이건 어디산 갈치인가요?
진저에일 다음은 하이볼이에요.
이제 츠마미 다음 단계인 니기리가 시작됩니다.
첫 스타트로 니싱이 나와버렸네요.
칫...
남편 앞으로 조용히 밀어줍니다.
아카시마에비
셰프님들은 스시를 올려놓으면 1,2초 안에 드셔 주시길 원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시간이 흐를수록 맛없어지는 걸 보기 힘들다고..
저희같이 사진을 많이 찍으며 시간 흘려보내는 사람을 보면 얼마나 속상하실까
살짝 죄송하기도 해요.
눈볼대
줄무늬전갱이
이것도 남편에게 패스
토치로 살짝 구워주셔서 고소한 맛이 더 증폭되는 느낌이에요.
와.. 우니를 이렇게 한가득 주신다고요.
게다가 리시리산 바훈 우니와 무라사키 우니를 반반씩..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요.
금세 입 안으로 사라져서 아쉬웠지만 리시리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
맛있으면서도 추억을 부르는 훌륭한 우니였습니다.
리시리(Rishiri)섬 - 2013년 여름 여행
외장하드 파먹기 #28 레분섬을 떠나 리시리섬으로 가는 날이었어요. 원래 목표는 레분섬과 리시리섬에서 모두 트래킹을 하는 거였는데 전날 지옥의 트래킹으로 몸져누운 탓에 고민으로 아침을
livewoman.tistory.com
마스츠케
켄시키이카
셰프님이 칼집을 아주 예쁘게 넣어주셨어요.
이거 전에 정어리가 나왔는데 그것도 남편에게 패스했어요.
어쩜.. 제가 못 먹는 생선 몇 종류가 모두 나올 수 있는지
히가시카와에서부터 계속 얘기하고 있지만
올해 호타테는 정말 맛있어요. 어쩜 이렇게 달고 고소한 지
킨키는 이제 비늘 모양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고.. 또 나왔네요.
남편은 아주 신났습니다.
셰프님이 마키를 만들고 계세요.
마키를 끝으로 긴 시간 식사시간이 끝났어요.
셰프님이 바쁘게 움직이시면서도 함께 이야기 나눠주셔서
더 즐겁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갑니다.
미쉐린 원 스타
온갖 맛집 명패는 다 갖고 계신 것 같아요.
너무 훌륭한 식당이었습니다.
들어갈 땐 없었던 노렌이 이제야 보이네요.
아까 들어갈 때 문이 안 열렸던 게 조금 더 기다렸어야 했나 봐요.
그런데 바깥 날씨 이거 뭐죠?
비가 그냥 비가 아닌데요?
맞으면 우산에 구멍 날 것 같은 비인데요?
바람까지 부니 사방팔방에서 다 쏟아지는 느낌이에요.
원래 2차를 갈 예정이었는데 어디로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바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가게에서 택시를 타는 곳까지 잠깐 사이에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서 택시를 타고
겨우 호텔로 컴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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