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3(토)
대욕장에 다녀온 뒤 침대에 누워 꿀잠을 한숨 자주고
저녁 먹으러 나왔습니다.
저녁시간이 되니 차들이 많아진 것처럼 보이는데 주말이라 그런가 생각했거든요.
이유는 따로 있었답니다.
메인 도로를 건너 쇼핑거리를 지나갑니다.
아사히카와에 처음 왔을 때 뜬금없이 노미호다이 가볼까? 해서 왔던 이자카야예요.
나름 재미있는 추억이 담긴 곳이라 간판을 보니 반갑습니다.
자전거를 그냥 두면 지도하는 구역이래요.
자전거 방치 지도 구역
연주자 아저씨와
귀여운 고양이
쇼핑거리를 빠져나와 도로에 나왔는데 어, 이게 뭔가요?
여름 마츠리가 오늘인가 봐요.
이번 여행 땐 마츠리를 날짜를 확인하고 온 게 아니었어요.
어쩐지 아사히카와 숙소 예약할 때 몇 개월 전인데 왜 원하는 호텔이나 원하는 룸이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모습을 보니 바로 이해되더라고요.
저녁 먹으러 가야 하는데 북소리에 제 발걸음이 멈춰 버렸습니다.
남편은 시끄러운 소리에 피곤해하는 눈치인데
저는 조금 더 보고 싶다며 자리를 잡았어요.
한 팀 한 팀 집중해서 들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돌림노래처럼 메아리처럼 들리는 건 조금 아쉽긴 해요.
그래도 저 같은 사람에겐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는 언제 들어도 감동스럽습니다.
마츠리 거리를 뒤로 하고 골목으로 몸을 돌렸는데,
한국식품 가게가 크게 보이더라고요. 반찬가게처럼 보였는데
한국가정요리요리교실도 함께 운영하는 것 같습니다.
저녁 먹을 곳이 보입니다.
남편이 고대하던 곳인데 예약을 할 수도 없고, 대기도 어려운 곳이라 걱정하면서 왔어요.
게다가 마츠리 기간이라니 야키토리 가게에 자리가 있을 리 없겠지
90% 포기한 상태로 가게 앞으로 갑니다.
역시 만석 안내판이 있어요.
혹시나 싶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자리가 나면 전화를 해준다고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건 다른 가게에 민폐니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핸드폰을 로밍해서 가다 보니 일본 입장에선 해외전화인 상태
결국 전화 연락도 어렵다는 말을 듣고 아쉽게도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습니다.
옆 가게 베티에 가겠냐고 물어보니 소음에 지친 남편은 불쾌지수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싫다고 다른 데 가자고 하더라고요.
다음엔 현지 전화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겠어요.
긴네코가 있는 골목 바로 옆에 며칠 뒤에 가려고 했던 라멘 가게가 있어서
오늘은 여기서 저녁을 먹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벌집
벌처럼 열심히 일해서 벌집인지 다른 의미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치야'라는 이름이 인상적이에요.
하치야는 1947년 오픈한 곳이에요.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유지하셨네요.
여기도 사람이 한가득이지만 음식 특성상 회전율이 빠르고
입구만 작지 내부는 꽤 넓어서 금방 들어갈 수 있었어요.
가게 입구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자리를 안내받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주인이신 것 같은데, 연세 드신 분이 이 더운 날 펄펄 끓는 주방에서 요리하시는 모습이
괜히 안쓰러워 보입니다.
쇼유차슈, 시오차슈
직원분께 구매한 티켓을 드리면 라드 태우기 정소를 어떻게 선택할 거냐고 물어봐요.
가게 벽에 부채 100엔이고 쓴 걸 보고
어우, 그냥 꽂아놓고 쓰라고 하지 뭘 저런 걸 파냐.. 했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지 이 부채를 100엔 주고 사는 분들이 정말 있더라고요.
제가 주문한 시오차슈예요.
저는 너무 시커먼 건 먹기 어려울 것 같아서 라드는 살짝만 태운 것으로 해서 이런 색깔입니다.
차슈 위에 올려진 생강을 보니 삿포로 신겐도 생각나고..
그나저나 차슈가 너무 큰 거 아닌가요.
남편은 쇼유차슈인데 라드를 완전히 태운 것으로 주문해서
이렇게 사약 같은 색깔의 라멘이 나왔어요.
국물은 제거나 남편 거나 맛 자체가 크게 다른 건 아닌데
라드의 태운 맛이 꽤 강하게 나서
이걸 맛있다고 해야 하나 그냥 독특하다고 해야 하나 표현하기 고민스러웠어요.
하코다테에서 가끔 가는 이치몬지 블랙 라멘은 맛있다는 말이 바로 나오는데
여긴 완전 레어 하긴 한데 와!!! 맛있다!!! 이런 느낌은 또 아니거든요.
그래서 구글 평점도 좀 낮기도 하고 리뷰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해요.
그래도 한 번쯤 이런 라멘 먹어보는 것도 재미있지 생각하며 즐거운 저녁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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