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1
결혼기념일이 있는 7월의 시작을 기념하러 다녀왔던
제로 컴플렉스입니다.
https://catchtable.co.kr/zerocomplex
제로컴플렉스는 미슐렝 1 스타를 받은 곳이에요.
지금까지 홋카이도에서만 찾아다니다가
자의 반 타의 반 코로나로 홋카이도를 가지 못하게 되니
처음으로 한국에서 원스타 레스토랑을 가게 되었네요.
공간도 매우 넓고
테이블 공간이 넓어서
여유로워 보이는 장소였어요.
손님은 나중에 두 팀 정도만 더 들어오셔서
조금은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통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여름 경치도
좋아 보였고
무엇보다 조용한 분위기와
바깥 풍경이 잘 어울려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메뉴라기보다 재료 소개라고 봐야겠죠?
프렌치 레스토랑인데
한국의 재료를 사용했다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요.
프렌치에서 방아, 땅두릅, 미나리라니
어떤 요리가 나올지
식사 시작 전부터 기대감이 매우 올라갔었지요.
제로컴플렉스에서는 내추럴 와인만 취급합니다.
와인 쟁이인 남편도 내추럴 와인 쪽은 아직 모르는 게 많은지라
소믈리에 분과 10분 15분 한참 의견을 주고받은 뒤
알자스 지역의 리슬링 와인을 주문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이지 요리와 너무 잘 어울려서
소믈리에분 안아줄 뻔했어요.
얼마 전 와인 선택을 실패한 적이 있어서
잘 모르는 와인 고르기 너무 걱정됐었는데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식사와 잘 어울리기를 바라며
빨간 파프리카와 아보카도 새우
색깔이 너무나 고와서 감탄했답니다.
꽃잎을 이렇게 예쁘게 뿌려주면
어떻게 먹으라는 거죠 ^^
파프리카 칩을 뿌셔뿌셔해서
새우와 아보카도 샐러드와 함께 먹어줍니다.
입안에 퍼지는 향기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우둔과 전복
이게 어딜 봐서 우둔과 전복일까요?
쁘띠 사이즈도 귀여운데
재료의 맛도 잘 살렸고..
눈과 입이 즐거운 요리입니다.
옥수수위에 노란 꽃잎까지
너무 예뻐서 손을 댈 수 없을 지경이었어요.
옥수수 한 알을 먹고
앗!!! 하며 직원분을 바라보니
"초당옥수수예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역시 그럼 그렇지..
사각거리며 씹히는 맛과
달콤한 육즙
역시 초당옥수수 너무 훌륭하다 감탄했습니다.
직원분께서
이 초록색이 방아잎이라고 설명해주셨어요.
셰프님의 고향이 방아로 유명하다고
셰프님은 우리 땅의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신다고
덧붙여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셰프님의 철학이 그대로 드러나는
훌륭한 식사입니다.
생선요리는 대구였어요.
그나저나 플레이트에 생선은 보이지 않고
작은 꽃밭을 담아온 것처럼 보여요.
아니 셰프님.. 정말 이러실 건가요?
이걸 어떻게 먹냐고요..
재료명을 보니 대구, 유채, 땅두릅입니다.
아, 두릅이 여기서 나오는군요.
마치 호박잎으로 감싸 놓은 것처럼
땅두릅의 잎으로 대구를 감싸 놓았어요.
저같이 생선요리에 약한 사람도
두릅 향기 덕분에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고기 요리는 프레사(목살)입니다.
돌미나리와 대파가 함께 요리되어있어요.
정확한 건 아니지만
이 하얀 꽃은 돌미나리꽃 같아요.
한국사람이 즐겨먹는 두릅이나 미나리 같은 나물류를
이렇게 프렌치 스타일로 요리를 하니
새로운데 익숙하고
익숙한데 새로운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테이블 옆 갓 등
꼭 이불 뒤집어쓰고 돌아다니는
귀신같아 보였어요.
디저트가 나오기 전
디저트 와인을 선택하려고 다시 한번 고민에 빠졌답니다.
저희는 디저트와 마실 거니까
달다구리 와인을 고르고 싶은데
내추럴 와인 중에 달다구리는 거의 없는 것 같더라고요.
소믈리에분께서 cidrerie du vulcain는 어떠냐고
추천해주셨는데
사과주 말고 와인을 마시고 싶어서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내추럴 와인이니
어쩔 수 없구나 싶어서
결국 cidrerie du vulcain를 주문했어요.
글라스 와인으로 한 잔씩
한 입 마셔보니 상큼하고 달콤하고
디저트와 함께 먹기에 딱 좋더라고요.
역시 전문가의 추천은 무시할 수 없군요.
로즈마리와 허브를 새둥지처럼 만들고
소담스러운 모양으로 키위 아이스크림을 올려놓은
플레이트가 나왔습니다.
하아.. 너무 사랑스럽게 생겼어요.
흰 눈처럼 내려진 파우더 슈가를 보니
겨울에 어울리는 디저트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음..
셔요 ㅋㅋ
초콜릿, 발효 바나나, 올리브
초콜릿이 매우 진해서
바나나는 발효 바나나인지 그냥 바나나인지 모를 정도였어요.
디저트까지 다 먹고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셨어요.
오랜만에 마셨더니 뇌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크림 샌드가 나와서
맛있게 먹어주고 자리를 나섭니다.
사람이 많으면 어쩌나 고민스러운 시기에
넓고 조용한 공간에서
만족스러운 서빙을 받으며
훌륭하고 아름다운 음식을 맛보니
참 행복한 밤이구나 싶었답니다.
주로 7월 말에서 8월 사이에
여름 여행을 가는지라
결혼기념일을 여행지에서 챙겼었는데
올해는 꼼짝 못 할 터라
한국에서 맛있는 것 먹으면서
한 달 내내 축하하자 마음먹었답니다.
https://www.instagram.com/zerocomplex_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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