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8. 09(토)
B급 타이틀의 에스카롯뿌를 먹고 마츠리 준비가 한창인 거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홋카이도는 남한 면적의 80%이면서 인구는 약 11% 정도라서 삿포로같은 대도시를 제외한 어느 곳에서도 한가한 거리를 만나게되는데, 참으로 신기한 것이 각 마을의 마츠리 기간이 되면 이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있다가 나온거지? 라는 생각이 든다.
역에서 호텔에 가기까지 대형 마트 안의 사람들 말고는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을 몇 보지 못했는데
중심지로 들어서자 여기 저기서 10대 2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게되었다.
타지에 있더라도 마츠리 기간에는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 같던데
우리의 모이는 문화를 철저하게 없애버렸던 일제강점기시대를 생각하면, 자기들은 이렇게 열심히 모이고 살고있구나 싶어서 항상 속상하긴 하다.
하지만, 우리 문화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우리 탓도 크니 어쩔 수 없지..
쉬기 위한 여행은 쉬는 여행으로만!
언덕 위에 자그마한 교회도 보인다. 교회는 역시 초록지붕(?)!
가로등에는 갈매기가 나란히~
지도에서 보기론 바닷가까지 몇 블럭 안되 보이길래 석양을 볼까하고 슬금슬금 걸어가보았다.
저 골목으로 들어가면 방파제로 갈 수 있을 것같다.
할머님 한 분께서 지팡이를 짚고 바다를 바라보고 계셔서 뒤에서 살짝 기다렸다.
왠지 그 공간에 침범하면 안 될 것같은 분위기라..
할머님은 잠시 그렇게 서 계시더니 집으로 들어가셨다. 우리는 조금 더 들어가 등대가 잘 보이는 곳까지 갔다.
무엇을 하던 곳일까? 폐허로 남은 창고들, 그리고 악취
숨을 멈추고 이 길을 지나갔다.
방파제 옆으로는 마을 건물들이 보이고
마츠리 준비로 북이 울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해가 지고 있지만.. 날이 흐려서 예쁜 석양은 보기 힘들 것같다.
갈매기 한 마리가 유유히 날아가는 모습을 담아보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갈매기들도 저녁이 되니 쉴 곳을 찾아온 걸까?
폐허가 된 창고 위에 나란히 나란히 앉아있다. 시간이 지나니 저 지붕위가 갈매기들로 꽉 차버렸다.
혹시 구름이 걷히지 않을까..하며 조금 더 기다려보았지만
얄미운 구름은 가시지 않는다.
아마 태풍때문이겠지...
바람이 강해서 바람막이 점퍼를 입었지만 춥다..
오늘은 이정도만 보여주려나보다.. 아쉽지만 더 어두워지기 전에 마츠리를 보러 가야지..
안녕~ 인사를 하고 뒤돌아 마을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통 여행 중에 길을 걸으면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감탄하게 되는데,
가끔 뒤를 돌아보면 아까 보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감탄을 하게 된다.
'내가 이런 길을 걸어왔구나! '
그러다보니 길을 걷다 뒤를 돌아보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다.
네무로 바다도 아쉬움에 발걸음을 옮겼지만, 내가 있던 곳이 어떤 곳이었나 다시 한 번 뒤돌아보았다.
응? 그런데 이게 무슨일?
하늘이...하늘이...
다시 붉어지고 있었다. 오!! 구름님 가시는거?
다시 한 번 바다 가까이 가서 방파제 위에 자리를 잡았다.
아, 이 아름다운 황금빛 바다를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너무 아름다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셔터 누르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정말 가기 싫었다..
저 해가 사라질 때까지 그저 방파제 위에 앉아있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 추워..ㅠ,.ㅠ 긴팔 긴바지 모자까지 썼지만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다시 발걸음을 옮기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뒤돌아 아름다운 선물을 준 자연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마을로 향했다.
'안녕~ 다음에 올 땐 여름이어도 따뜻하게 입고 끝까지 배웅해줄게~ 만나서 반가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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