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7(수)
스물다섯 번째 홋카이도 여행,
대욕장에 다녀온 뒤 객실에서 노천탕 한 번 더 즐기며
푹 쉬다가 저녁 먹으러 왔어요.
가이세키 레스토랑 와케이 和敬(わけい)
직원분들이 문 앞에서부터 너무 적극적인 안내를 하시다 보니
사진 찍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객실에서도 느꼈는데 높은 천장과 재료를 보니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원이 서 있는 곳이 입구이고
한쪽은 문이 달려있어서 프라이빗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요.
반대편은 중정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파티션만 세워져 있습니다.
저희는 창가 쪽 좌석에 안내받았어요.
자리에 가니 기본 세팅이 되어있어요.
가이세키 메뉴예요.
저희가 주문한 건 기본 메뉴입니다.
프리드링크 메뉴가 따로 있길래
프리드링크로 음료 계속 시켜도 되는 건가? 잠시 생각했지만
한 잔만 가능합니다. ㅎㅎㅎ
첫 번째 플레이트와 식전주인 우메주입니다.
앙코테린
앙코는 아귀라고 하네요.
중정 가운데 있던 건 화로가 맞네요.
장작불 느낌으로...
두 번째 플레이트
카라스미, 새우와 감자로 만든 덴카쿠,
순무피클, 시샤모, 오리고기
첫 번째 플레이트 설명 없는 걸 보고 눈치챈 분도 계실까요..
보로노구치 하코다테 디너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료칸 자체는 너무 훌륭한데
두 번째 플레이트까지 음식이 너무 실망스러워요..
프리드링크로 기린 black을 주문했는데
이제 나왔어요.
원래 기네스를 가장 좋아해요 ^^
흑맥주가 요리와 어울릴까 고민하면서 골랐는데
맥주라도 없었으면 큰 일 날 뻔했어요 ㅋㅋ
세 번째 요리는 쿠에(다금바리)입니다.
뜨거운 국물에 샤부샤부처럼 먹으라고 하네요.
크게 임팩트 없이 무난하게 먹고 넘어갑니다.
네 번째는 사시미가 나왔어요.
뭔가 가이세키에 나오는 사시미라기엔 양이 엄청 적어요.
후구, 보탄에비, 마구로타다키. 호타테
음......... 이거 뭐랄까
굉장히 실망스러운 디쉬예요.
홋카이도산 재료라면 맛없을 수가 없는데
탱글탱글한 신선함도 잘 모르겠고
보탄에비도 원래 엄청 달콤해야 하는데 그것도 잘 모르겠고..
일식 가이세키에서 사시미 플레이트에 이렇게 힘들 빼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다섯 번째는 클렌저가 나왔어요.
아무래도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좋아하지도 않는 우메셔벗이 나오니
더 기분이 안 좋아진 남편...
여섯 번째는 고기요리가 나왔어요.
토카치규로 만든 비프 웰링턴
음... 이게 뭘까요?
비프웰링턴이 원래 이런 건가요?
게다가 고기 굵기 뭐죠?
나름 메인 요리인데 너무 빈약한 거 아닌가요?
일곱 번째 요리는 덴푸라입니다.
튀김 잘하는 곳은 씹을 때부터 느낌이 딱 오는데...
그냥 평범하고요
이게 밀인가요?
어떻게 몇 알만 튀긴 건지 모르겠지만
저건 아주 고소하고 맛있었어요 ㅎㅎㅎ
여덟 번째 요리는 식사예요.
이쿠라를 올린 카니무시즈시와 미소시루
게살이 가득 들어있어서
맛없을 수 없던 식사였어요.
아홉 번째는 디저트입니다.
아이스크림과 키위, 파인애플
허브티와 꿀
공간에 대한 신념은 아주 훌륭한데
음식에 대한 신념은 없는 걸까요?
특히 료칸은 이런 밸런스가 잘 맞았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있는데
여긴 보로노구치 하코다테처럼 한쪽으로 잔뜩 기울어진 상태네요.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
들어올 땐 미처 보지 못한 나무가 보이네요.
오래된 나무들 중에서 속이 이렇게 빈 나무들이 있던데
이것도 그런 종류의 나무인가 봐요.
우리가 식사할 때도 이렇게 보였겠네요.
식사가 기대에 못 미쳐서 남편이랑 투덜투덜하면서 방으로 돌아갔어요.
노천탕에서 밤하늘 보며 온천하고
냉장고에 있던 삿포로클래식 한 캔씩 더 마시고
하루를 마감했어요.
다음 저녁은 데판야키를 주문했는데
제발 그건 맛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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