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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Journey /Memory

가시는 길에 꽃을 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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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했고
감기는 조금씩 나아가는 가운데
3일간 기초학력 캠프를 진행했고,
그리고 저녁엔 사랑하는 후배를 만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그저 평범한 하루였죠.

즐거웠다 인사하며 돌아왔건만
일련의 소식들이 마음을 무겁게 누르며
평범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보낸 마음에
죄책감이 더해집니다.

나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학교를 어떻게 견디면서 지내온 걸까 생각해보니
부모님의 기도와 걱정,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무한한 신뢰

동료 선생님들, 친구들과 지인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더라고요.

제 첫 발령 당시는
요즘같은 말도 안되는 민원이란 게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어요.

그런 시절에 저를 고소하겠다고 일 년 넘게 괴롭히던 학부모가 있었어요.

자기 아이를 경기도 음악 대회에 나가는 학교 대표롤 뽑아주지 않아서 명예를 훼손시켰다나 뭐라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학교에 계속 전화해서 소리지르고
동네에 이상한 소문내고..

그때 선배 선생님들이 매일 술 사주고 밥 사주고
함께 욕해주고

학부모회 회장님이 그 학부모 불러다 야단치고
하물며 돈을 너무 밝혀 관리자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던
교장님까지 내 편을 들어주시다 보니

결국 그 학부모만 고립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걸 일 년 넘게.. 같은 동네 살면서 당할 수 밖에 없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억울함이 가시질 않아요.

시간이 오래지난 후 저를 보겠다고
일부러 연주회장을 찾아온그 학생을 만났는데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니
속이 다 뒤틀리더라고요.

한 번을 잊어본 적이 없는데
저 아인 왜 나를 찾아왔을까
웃으며 인사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벌벌 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었어도 저를 지탱해주시던 많은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까지 제가 교사로 남아있구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누군가에게 그런 선배교사가 되어준걸까..
제가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주는 선배였던 걸까..눈물이 나더군요.

제가 경험했던 그 시절만큼
요즘은 누가 교사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걸까..

학교 입장문이라고 나온 글을 보니 욕지기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사건들이
제 선배님들만큼 후배를
신경써주지 못한 제 탓이라
여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선생님들
우리..스스로 탓하지 말아요.

멀지 않은 때에
아이들의 인격권이
선생님들이 인격권이
제대로 보호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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