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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Practice/Diary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 3주차 _ 리뷰쓰기 5일차(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さいはてにて やさしい香りと待ちなが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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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석 작가님의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를 읽으며 실습하고 있습니다.

  앞 단계는 책에 쓰고 각 챕터 마지막 글쓰기는 블로그에 쓰기로 했어요.

 


3주 차 리뷰 쓰기 - 좋아하는 작품으로 리뷰 쓰기

 

땅끝에서 부드러운 향기와 함께 기다리며..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일본에서는 2014년 9월,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2월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타이완 출신 CHIANG Hsiu Chiung 姜秀瓊 감독의 작품이죠. 무슨 일인지 네이버 영화에선 우리나라 식으로 강수경이라고 표기해서 간혹 한국 감독님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타이완 배우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입니다. 

 

영화는 30년 간 연락도 없이 살았고, 8년 간 실종된 아버지의 채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미사키는 아버지의 채무를 변제하고 자산 가치가 없다고 말하던 아버지의 창고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합니다. 어린 시절 바다 창고에서 아버지가 들려주신 기타 선율과 파도 소리를 쫓아 도착한 땅 끝에서 미사키는 로스터리 카페를 준비하죠. 

 

근처 민숙에서 살고 있는 에리카는 아리사와 쇼타의 엄마이며 싱글맘입니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먼 지역 캬바쿠라에서 일하느라 종종 집을 비우고 자신은 부족한 사람이라 남자를 통해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바닥으로 내몰린 엄마 탓에 스스로 생활해야 하는 아이들은 매우 힘겹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미사키는 아리사와 쇼타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았을까요. 차분해 보이던 그녀였지만 성큼성큼 아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의지하는 아이들을 보며 위기감을 느꼈을 에리카는 미사키를 곱게 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미사키와 에리카의 첫 만남은 순탄치 않았지만 아리사와 쇼타를 보호하는 것을 시작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됩니다. 잠깐씩 등장하는 아리사의 선생님도 비슷한 나이의 여성이란 유대감으로 그녀들과 함께 하는 삶에 한 자락을 걸치게 되죠. 

 

BGM처럼 계속해서 들리는 잔잔한 파도소리와 미사키의 카페에서 나오는 향기로운 커피 향기는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를 관객에게 전달해줍니다.  아~ 저곳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위로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순간 간절히 원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4살의 미사키는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선택했고, 그녀는 30년이 지나도록 아버지를 배신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속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잘못했기에 아버지의 채무를 당연히 자신이 갚아야 하고 바닷가 창고에서 아버지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용히 로스팅 기계를 다루고 커피를 포장하던 그녀의 마음속에 그렇게 높은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파도소리를 견디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며 만일 옆에 있다면 가만히 안아주고 눈물 흘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을 당하고도 평온할 수 있어요?" 

"아니, 그렇지 않아요."

 

초반에 나눈 대화는 결국 그때 발생한 상황이 아니라, 아버지의 창고에 있는 미사키는 괜찮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었나 봅니다. 평온한 듯 향기로운 커피를 내리고 있지만, 의연한 듯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지만... 그녀는 부서질 듯한 마음을 커피 향 뒤에 숨겨놓았던 거죠.

 

초등학교 3학년인데 많은 걸 책임져야 하는 아리사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임신한 에리카도, 네 살의 아픈 기억을 품고 사는 미사키도 모두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가진 인물이에요. 그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참아야 하고 이겨야 하고 또 다른 책임을 완수하며 살아야 했던 그녀들의 삶이 생각할수록 깊은 수렁처럼 느껴지지만 그것 이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인물이었기에 영화는 그저 아프지만은 않습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 아픈 마음을 오랫동안 치료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바다를 마주한 카페에서, 바다를 향한 외등을 켜놓고 각자의 바람을 기다리며 커피 한 잔을 나눕니다. 커피 한 잔은 그녀들을 엮어주는 유대감이며 그녀들을 치료해주는 약이었겠죠. 무섭게 몰아치던 파도도 어느 순간 잔잔해지듯이 그녀들도 격한 태풍을 겪은 후 음악과 같이 마음속 바다는 잔잔해집니다. 

 

오카에리(おかえり)

타다이마(ただいま)

 

기다림 끝에 서로 나누던 인사는 이제부터 드디어 그녀들의 새로운 삶이 시작됨을 알리는 인사가 되고, 다시 한번 요다카 카페에서 향기로운 일상이 시작되겠구나 보는 이들을 안심하게 해 줍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와 탄자니아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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