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츠지에서
양고기로 배를 가득 채우고
밖으로 나왔어요.
이제 밤을 즐기러 가야죠.
가게 앞에 예쁜 고양이가 있어요.
가만히 눈을 맞춰 주길래
사진 찍으려고 하니
획 돌아서 가버리네요.
거기 올라갈 거니?
스스키노의 밤은
화려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활기를 더하는 거리
저 멀리 노르베사 관람차가 보여요.
초록색
빨간색
보라색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습니다.
정말 이 골목이 맞을까 싶은
허름하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갈 곳이 나와요.
몇 년 전에 왔다가
만석이라 들어가지 못했던 곳인데
오늘은 갈 수 있을까요?
골목 안 깊숙이 자리한 이곳은
Wine Bar 파이(Φ)입니다.
왜 이 기호를
가게 이름으로 했을까요?
오늘은 다행히 실내가 한산한 편이에요.
카운터석으로 안내받았습니다.
포크 나이프 받침도
파이네요
역동적인 꽃꽂이
멋지네요.
이 공간과 잘 어울려요.
실내는 매우 어두워요.
조명이 있는 곳은 매우 밝고
조명이 닿지 않는 곳은
극단적으로 어둡습니다.
소믈리에 분과 남편의 와인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물 만난 고기처럼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시작은 화이트 와인으로
Torricino Greco di Tufo 2017
Greco 100%
두통 때문 이긴 했지만
이번 여행에서
화이트 와인 원 없이 마시네요.
배가 엄청 부르긴 한데..
이상하게 알콜이 들어가면
배가 고픈가.. 하는 착각이 들곤 합니다.
안주로 short pasta를 주문했어요.
초록 초록한 게 뭘까요?
아보카도 같기도 하고
안주로 먹기에 적당하게
간이 좀 있는 편이에요.
Villa Caprarreccia Mastremilio Rosso 2013
Cabernet Sauvignon 60%
화이트 와인은 병으로 마셨으니
레드는 글라스로 이것저것 마시겠다고..
와인 리스트 보며
신나게 좋아하는 것 이것저것
시키고 있습니다.
소믈리에분께 이런 거 있냐
저런 거 있냐 물어보니
다 있다고합니다.
말만 하면 다 나오는
신기한 곳이네요 ㅎㅎ
레드 한 잔 마시고
저는 그라빠로..
저는 레드 여러 잔 마시는 것보다
그라빠 한 잔 마시는 것이
더 좋아요.
색이 참 곱네요..
벌써 여기에 들어온 지
네 시간이 지났어요.
이제 와인은 그만 마시고
디저트 먹어야죠.
말차 아이스크림과
남편용 에스프레소 한 잔,
와인 이야기 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이 길어지는데
관련 업종의 지인분들 이야기까지
더해지니 이야기가 끝나 지지 않네요.
다 이렇게 알고 저렇게 알고
연관되어있는 분들이 많아서
사람 이야기만도 한참 하게 돼요.
사람 이야기하다 보면
관련된 도시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또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
네버 앤딩 스토리입니다.
소믈리에분이 너무 차분하게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대응도 잘해주셔서
긴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즐겁게 보낼 수 있었어요.
와인 좋아하시는 분들
꼭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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