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서평은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열한 장의 프롤로그를 천천히 읽다 보니
이게 바로 한 편의 수필이구나 싶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이 이 책을 쓰기 위해
흩어져있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하나하나 모으는 과정을 읽는 것 같아서
지금까지 읽었던 프롤로그들 중
가장 열심히 꼭꼭 씹어가며 읽었어요.
작가님이 경험한 밤의 마법과 해방을 전하기 위해
'해방의 밤'이라는 제목을 정했다고 설명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과연.. 훌륭한 제목이구나 싶더라고요.
이 책은
1. 관계와 사랑
2. 상처와 죽음
3. 편견과 불평등
4. 배움과 아이들
각각의 큰 주제를 가지고
지인에게 또는 독자에게 작가님의 경험과 생각을 전하는
편지 형식의 글이에요.
그 편지 안에 작가님이 소개해주는 책들이 등장합니다.
책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황에 어울리는 책을 넌지시 건네주는 느낌이지요.
처음엔 가볍게 읽힌다는 느낌이었지만
작가님께서 상대를 생각하는 진중한 마음이 느껴져서
작품 전체의 무게감이 전해지는 것 같았어요.
가끔씩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이 추천하는 책을
아무 고민 없이 살 수 있을 때 기분이 참 좋아요.
작가님들이 글을 쓰기 위해선 어떤 경험이나 계기가 필요할 텐데
그게 사건 사고일 수도 있고 그냥 뉴스일 수도 있고
다른 작가님의 글이나 이야기가 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수많은 고뇌의 단계를 거쳐 글을 쓰시는 작가님의 생각이
저와 맞는다면 그분이 추천하는 책도
결국은 저의 책이 되는 것 같아요.
사유가 가득한 글들을 읽다가
갑자기 빵 터진 글이 있는데
"본격 늙음 언저리로 밀려온 나의 50대의 화두와 맞물린다." (102p) 였어요.
아니.. 본격 늙음 이라뇨 ㅋㅋㅋㅋㅋㅋ
본격 늙음 아니라고요!!
괜히 혼자 웃고 분노하고 그랬어요.
작가님의 편지를 들여다보며 참 좋았지만
상처와 죽음 파트는 감정 소모가 많이 되는 파트였어요.
타인의 슬픔을 마주하는 것은
너무나 큰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 같거든요.
그들의 아픔과 상실감이 웬일인지
그대로 저에게 전이되어 삶의 흐름에
구멍을 내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도 추천해 주신 책들 중에
제가 공감할 수 있는 몇 개의 보물을 건져놓고
혼자 흐뭇해하고 있습니다.
곧, 서점에 주문해서 반짝이는 새 책들을 보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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