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9(수)
호텔에서 쉬다 보니 저녁시간이 되었어요.
먹고 쉬는 일정만 있는 삿포로 여행 루틴이죠.
맛있는 밥 먹고 맛있는 커피 마시고, 디저트 먹고 그리고 호텔 돌아와서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책 읽거나
욕조에 온천입욕제 풀어놓고 몸 담그며 쌓인 피로 풀어주는
그렇게 관광 없는 일정을 보내는 중입니다.
그리하여 다시 돌아온 저녁 시간
남편이 엄청 기대하고 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에요.
Osteria Crocchio
크로키오가 무슨 뜻인가 찾아보니
개굴개굴이란 뜻이랍니다.
귀여운 이름이에요.
오스테리아 개굴개굴 식당에 들어갑니다.
여기도 당연히 한 달 전에 전화로 예약했어요.
개구리 얼굴일까요?
오픈 키친을 볼 수 있는 카운터석에 앉았습니다.
음료 먼저 주문했어요.
저는 포도주스를
남편은 스푸만테 글라스 와인을 주문했어요.
오늘은 보틀이 아닌 글라스 와인 몇 잔만 마시기로 했습니다.
와인 리스트
단품 요리 몇 개를 주문하고 가게 내부를 구경하며 기다립니다.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공간이네요.
셰프님이 두 분이서 각자 맡은 영역의 요리들을 하시며
주방은 정말 분주하게 돌아갑니다.
마치 전쟁터 같은데 각자 역할을 탁탁해내면서
요리를 완성해 내는 모습을 넋 놓고 보게 되더라고요.
무심한 듯 줄 맞춰 쌓여있는 접시도 예뻐 보여요.
여행 필터가 씌워진 거겠죠?
저... 줄 맞춰 정리된 거 너무 좋아해요.
제 책상은 정리 못하면서 잘 되어있는 거 보면서
힐링하는 스타일입니다.ㅋㅋㅋ
세로로 길지만 폭은 좁은 주방에서 두 분의 셰프님과
여러 명의 직원이 이 공간을 누비며
만들고 나르고 만들고 나르고 끊임없이 이어져요.
첫 번째 요리가 도착했습니다.
서방이 이게 먹고 싶어서 여기에 왔다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먹지도 못하는.. 고등어 테린을 말이죠.
하나를 주문했는데 사바테린 두 접시가 나와서
어? 두 개 주문했다고 잘못 전달됐나? 걱정했는데
두 명이 와서 그릇 두 개에 나눠 준 거였어요.
남편은 너무너무 맛있다며 감탄하더니
제 몫으로 나온 접시까지 깔끔하게 비워줍니다.
그래.. 한 사람이라도 맛있게 먹으면 좋지..
크로키오식 이탈리안 샐러드
올리브오일과 고르곤졸라 소스까지..
접시가 나오고 저 소스를 보는 순간
아, 이건 나를 위한 거구나 생각했죠. ㅎㅎㅎ
신선한 홋카이도 채소와 고르곤졸라 소스의 조합이
너무 좋습니다.
역시 제가 먹기에 딱 좋은 샐러드였어요.
크로키오, 좀 하는 걸?
남편과 둘이 만족스러운 눈길을 주고받으며
식사를 이어갔어요.
셰프님께 부탁드려서 이번 요리는 나누지 말고 한 접시에만 달라고 했어요.
저.. 사슴 못 먹어요 ㅋㅋㅋㅋㅋ
한 그릇에 나와서 크기가 커 보이죠?
저는 한 입만 잘라먹고 사슴고기의 존재감이 느껴져서
모두 남편 입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묵직한 식감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했어요.
사바에 사슴까지.. 제가 못 먹는 것만 주문하는 남편이지만
연이은 과식으로 살이 쪄버린 저는
자기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라며 마음 넓은 부인인 척해봅니다.
남편은 글라스 와인을 더 마시고
저도 무언가 주스를 시켰는데 뭔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음료수 맛은 기억나지 않나 봐요 ^^
제가 주문한 고르곤졸라 뇨끼
뇨끼를 먹다 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폴라리스..
폴라리스 뇨끼 정말 맛있었거든요..
지금은 문을 닫은 곳이라 너무 안타까워요.
물론 크로키오의 뇨끼도 부드럽고 맛있었습니다.
진한 고르곤졸라 소스도 아까 샐러드 때처럼 너무 좋아하고요.
2014.09.18 - [Life is Journey /Hokkaido 10th] - 10th Hokkaido - #26 욘사마와 함께 폴라리스에 가다
2016.02.28 - [Life is Journey /Hokkaido 14th] - 14th Hokkaido #37 폴라리스에서 저녁식사를~
남편이 주문한 푸아그라 리조또예요.
이번 음식은 나누어 내주지 않으시고 떠먹는 작은 그릇을 두 개씩 주셨습니다.
푸아그라, 수란, 야마와사비, 트러플 소스로 무장한
매우 호화로운 리조또예요.
맛도 풍미도 아주 훌륭합니다.
여기까지 먹고 나니 여기도
삿포로 오면 꼭 가야 하는 식당 리스트업 되는 소리가 들리네요.
디저트도 먹었어요.
크레마 카탈라나입니다.
색깔로 너무 예쁘고 달달한 맛이 뇌를 확 깨워주는 기분이에요.
너무 맛있어요.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까지
완벽한 식사를 마쳤습니다.
기대하고 왔는데 기대 이상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셰프님과 직원분들 모두 친절하셨고
단품으로만 먹었는데도 마치 코스요리를 먹은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저녁 하늘이
너무 아름다운 푸른색으로 물들고 있었어요.
건물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줌 해서 찍으려니
자꾸 프린스호텔이 방해를 하네요.
이런 하늘 색깔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푸른 하늘 구경하느라 가는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어요.
여러분... 고개 숙이고 핸드폰 보면서 걷지 마시고
제발 이 하늘 좀 보시라고요
마법으로 만든 색 같잖아요.
이 예쁜 하늘을 구경하는 사람이 없어서
어찌나 안타까운지
고개 숙이고 걷는 사람들 붙잡고 세워서
제발 하늘좀 보라고 소리칠 뻔했어요.
사진에 그 느낌이 담진 못했지만
정말 아름답고 신비한 어떤 시간 속에 잠시 멈춘 기분이었어요.
맛있는 식사 뒤에 멋진 하늘까지
오늘 저녁은 너무 완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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