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금)
모스트리를 나와 근처 카페를 향했어요.
다행히 뺨을 때리던 눈은 그쳤네요.
멀지 않은 곳인데
눈 길을 헤치고 가려니 거북이걸음입니다.
이틀 전 다녀갔던 버거 서비스 웰던
건물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목적지가 나옵니다.
다행히 문은 열려있네요.
간판이 보이지 않는 카페
문 중앙에 아주 작은 명패가 있어요.
鳴々門珈琲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서
사장님께 직접 여쭤봤더니 나쿠나루토 커피라고 하시더라고요.
영업시간은 18:00~21:00
딱 3시간만 문을 열어요.
라무진 마스터랑 얘기할 때 여긴 3시간만 문을 연다고
신기한 가게라고 했더니
음... 라무진도 그런데?라고 하시더라고요 ㅋㅋㅋ
생각해 보니 하코다테에는 유독 짧은 시간만 영업하는 곳이
많은 것 같아요.
로스터리 카페라서 카페 안에 깊이 배어있는
커피 향이 너무 좋아요.
조용한 동네 한적한 골목 안에 있는
간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카페라니
만화에나 등장할 것 같지 않나요?
커피를 주문하고 잠시 실내를 둘러봅니다.
로스팅한 원두를 판매하고 있어요.
커피를 마셔보고 마음에 들면 원두도 사가려고요.
저는 강배전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남편은 강배전 한 과테말라 안티구아 SHB를 주문했어요.
저희가 하코다테에서 가장 애정하던 피스피스와
다카시마야 커피를 못 가게 되어서 많이 서운했는데
새로운 다크호스가 등장했어요.
깊고은 맛과 향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영업시간이 조금 문제긴 하지만
하코다테 올 때면 꼭 와야 할 곳 리스트로 고정시키려고요.
카페 D'ici에 이어 나만 알고 싶은 곳이 또 생겨버렸네요. ㅋㅋ
커피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남편은 한 잔 더 마시겠다고 하네요.
한 잔을 더 주문하고 저는 카페 내부를 조금 더 구경합니다.
灰色と月
한쪽 구석에 있는 장 위에
그림과 조형물이 있길래 까치발을 하고 구경했어요.
잿빛과 달이랑 제목의 작품이에요.
처음엔 그림으로 보였던 것도 육면체의 조형물이었고
육면체와 달 구름 조형물이 서로 다른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제목을 보니 하나의 작품이었어요.
이 작품도 제 마음에 쏙 들어서 한참 올려다보았습니다.
아크릴로 만든 작품인가 봐요.
저희보다 먼저 계시던 손님이 나가시고
카페엔 저희만 남았습니다.
인사를 건네주셔서 잠시 마스터와 이야기도 나눴어요.
고요함과 진한 향이 가득한 곳
그냥 혼자 멍 때리며 가만히 앉아있기 좋을 것 같아요.
잠시 주방에 들어가신 틈을 타 카운터도 한 장
사장님이 꽤 조용하시고 외모에서도 꼼꼼함이 느껴지는 분이라
매번 갈 때마다 원두를 한 알 한 알 확인하며 이상한 콩들 빼는 작업을 하시던
피스피스 마스터와 겹쳐 보였어요.
그래서인지 이곳 원두가 믿음이 가고
커피도 맛있는 것 같아요.
커피 두 잔을 마시니 문 닫을 시간이 되어오네요.ㅋㅋ
마음에 들었던 원두도 한 봉지 구입하고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카페를 나섰습니다.
추운 겨울 조용한 동네는 더 쓸쓸한 느낌이에요.
이제 전차 타고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움직입니다.
저희에게 2차야 뭐..
라무진 아니면 히시이bar 아니겠어요 ㅋㅋ
오늘은 라무진으로 낙찰입니다.
저녁을 먹은 뒤라 맥주만 마시러 간다고 미리 얘기해 둔 상태입니다.
다만, 고기 없이 술만 마시는 건 일반적으로는 안 되는 일이고요
저희 같은 사적인 관계에서만 가능합니다. ^^;
바깥 길에는 눈이 한가득인데
다이몬요코쵸 안에는 눈이 없어요.
술 한잔 하며 마스터와 수다 떨다가 호텔에 갈 예정이었는데
때마침 3년 전부터 이곳 단골이신 도쿄 손님이 계셔서
함께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라무진 단골이라고 하시니 괜히 오픈 마인드
13년 차 단골과 3년차 단골이 만나니 할 얘기가 참 많았겠죠?
저희가 하코다테 돌아다니면서 라무진 마스터께 알려드린 맛집을
마스터는 손님들께 또 알려주시고 ㅋㅋ
그렇게 알려드린 곳을 손님이 다녀오시고
이렇게 세 팀이 한 자리에 모이면 맛집 이야기나 여행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더라고요.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문 닫을 시간이 넘어간 줄도 몰랐어요.
다음 기회에 또 라무진에 만나기를 바라며
SNS 친구도 맺고, 유튜브 하신다길래 구독도 해드리며
인사 나누고 나왔어요.
라무진에서 나오니 시덴은 벌써 끝나서
호텔까지 걸어가기로 합니다.
제가 이번엔 JR 탈 일이 없으니 역사나 구경하고 가자고 해서
호텔 가는 길에 잠시 역사 안으로 들어와 봤어요.
하코다테 하치만궁에서 세워놓는 소원판(?)이에요.
매번 있었던 것 같은데
합격기원, 결혼, 건강 등 각자의 소원을 적어놓으셨어요.
이 추위에 역사 벤치에서 잠을 청하는 분이 계시네요.
여행하시는 분 같은데
운행하는 열차는 없는 시간이라 어딜 가시는 분은 아닌 것 같고..
홋카이도의 겨울을 알고 계신 거겠죠?
아무리 실내라지만 엄청 썰렁한데...
괜히 걱정돼서 자꾸 눈이 갑니다.
추운 겨울밤을 잘 견디셨기를...
2층 식당가
역사를 빠져나와 호텔로 걸어갑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종종걸음을 하며 걸어갑니다.
걷다 보니 다시 눈이 오기 시작하네요.
오늘 하루도 꽉 채워 재미나게 보냈어요.
여행도 후반부라 하루가 끝나는 게 여간 아쉬운 게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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