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9
오늘 저녁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파인 다이닝을 즐길 예정이에요.
걸맞은 옷을 입고 신발도 구두로 갈아 신고
밖으로 나갑니다.
호라이쵸에서 전차를 탈 거예요.
가로등과 자동차 불빛이 가득한
하코다테의 밤거리
오른쪽에서 전차가 올 거예요
저희가 타고 갈 전차가 도착합니다.
천천히 들어오는 전차가
이렇게 찍히는 게 참 재미있어요.
엄청 빠른 것같이..
가시와기초에서 내려 동네로 들어오면
레스토랑이 나와요.
디너타임엔 처음 방문이라
밤 풍경 속의 레스토랑도 처음 보네요.
2017년 미쉐린 가이드 홋카이도판에서
별 하나를 획득한 프렌치 레스토랑이에요.
하코다테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중
별을 받은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하네요.
한 달 전에 전화로 예약했는데
예약자명을 "한국의 김상입니다."라고 말하니
"아, 김상~ "하며 너무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거예요.
한국에서 온 김 씨 손님은 우리가 유일하진 않았을 텐데
정말 기억하신 걸까? 2년이나 되었는데..
약간 미심쩍었지만
그리 반갑게 인사해주시니 감사하더라고요.
예약하러 전화했다가 급 근황까지 묻고서야 끊었답니다.
(OTO 국제전화 앱 감사해요..ㅠ.ㅠ)
안으로 들어가니 코트를 받아주시면서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진짜 저희 부부를 기억하고 계시네요.
2년 전 런치타임 때 식사 후 가면서
다음엔 디너에 올게요 라고 인사하고 갔는데
"이번엔 정말 디너에 와주셨군요, 감사해요."라고
응대해주시더라고요.
어떻게 그런 말 한마디까지 기억하실까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우리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때와 같은 자리로 주셨네요.
저희가 주문한 식사는
디너 중 가장 좋은 메뉴인
menu l'oiseau입니다.
인당 20,000엔이에요.
가격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쉴틈 없이 열심히 달려 일한 우리에게 주는
좋은 선물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크.. 그래도 결재할 땐
가슴 떨릴 것 같네요.
싱싱한 생화
장미 한 송이가 미니 화병에 꽂혀있어요.
저희가 첫 손님이었기에
아무도 안 계신 틈을 타
얼른 실내 사진을 찍어봅니다.
정면 룸이 있고
창가에 두 테이블
그리고 우리 자리와
바로 옆 테이블이 있어요.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즐기기엔
저 자리가 가장 좋아 보여요.
와인 병도
예쁘게 줄 맞춰 준비 중입니다.
레드와인을 따로 주문했지만
우선 스타트는 뽀글이로 합니다.
Jean Lallement Cuvee Reserve Brut Champagne Grand Cru Verzenay NV
Pinot Noir 80% Chardonnay 20%
서방이 잘 고른 덕분에
맛있는 샴페인으로 입안을 깨워줍니다.
식사가 더욱 기대되네요.
첫 번째 플레이트가 도착했어요.
아뮤즈
퀴노아, 오이, 이쿠라로 만든 콘소메 쥬레와
메카지키(황새치) 타다키입니다.
초록색이라 마치.. 녹즙 같은 기분인데요?
신선함이 가득한 맛이 아주 좋습니다.
황새치 타다키도 흠잡을 곳 없이 만족스러워요.
두 번째 플레이트가 도착했어요.
즈와이 카니와 캐비아
레몬오일 소스입니다.
게 들어간 요리 다 좋아하지만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을
특히 좋아해요. 씹는 질감이 마음에 들어요.
게다가 샴페인과도 너무 잘 어울리고..
자가제 빵이 나왔어요.
톰보로 빵이 생각나는 비주얼이에요.
한 입 먹어보니
고소하면서도 효모 맛이 살짝 느껴지는 게
매우 인상적이에요.
프랜차이즈 빵 가게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굉장히 사적인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ㅎㅎ
톰보로에서 먹었던
그 빵 맛이 자꾸 떠오르네요.
2017/03/04 - [Life is Journey /Hokkaido 15th] - 15th Hokkaido #27 오가_톰보로_트랜지스터카페
레드와인이 준비되었어요.
Domaine de Trevallon Rouge 1999
Shyrah 50% Cabernet Sauvignon 50%
프랑스에서 쉬라와 까쇼로 블렌딩 하는 건
초레어 아이템이라고 그러네요.
쉬라 까쇼 블렌딩은 호주에서만 흔한가 봐요.
검붉은 컬러도 마음에 들고
블렌딩도 마음에 들어요.
쉬라는 제가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녀석인데
50% 임에도 불구하고
까쇼와 잘 어울려서인지
특유의 산미가 도드라지진 않네요.
다행이에요.
사적인 맛(?)의 빵과도
아주 잘 어울리네요.ㅎㅎ
세 번째 플레이트는
푸아그라입니다.
아래엔 쌀가루로 만든 팬케이크가 있어요.
네 번째 요리는
화이트 와인 소스 아와비(전복)입니다.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전복이에요.
이렇게 커다란 전복이 나오리라 생각을 못했는데
정말 맛있어요.
소스와도 잘 어울려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섯 번째로는
프랑스산 랍스터가 나왔어요.
소스는 아메리케누 소스라고 합니다.
소스의 색감이나 맛이 꽤 마음에 들어요.
게다가 꽃잎이 샬랄라~
화려한 맛과 외관이 입과 눈을 즐겁게 해 줍니다.
여섯 번째 플레이트는
와규 스테이크예요.
에조시카와 와규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저는 와규를 골랐답니다.
서방은 당연히 에조시카를..
커다란 블랙 트러플이 곁들여 나왔어요.
문양을 보고 있자니
꽤 신비로운 느낌이 듭니다.
고기 굽기도 좋고 맛도 일품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육질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훌륭한 스테이크입니다.
곁들인 덥힌 채소도 당도가 높게 느껴져
굉장히 맛있어요.
게다라 스테이크에
블랙 트러플이 이 정도로 많이 나올 줄
생각도 못했던지라 굉장히 놀라웠어요.
블랙 트러플의 부드럽고 향기로운 맛이
너무 좋았답니다.
일곱 번째는
샴페인 쥬레와 유자 에스푸마입니다.
안에는 요거트 아이스크림도 들어있어요.
여덟 번 째는 프랑스산 프로마쥬
랑그르 치즈와 샤우르스 치즈
아홉 번 째는 디저트예요.
서양배와 딸기 중에 고르라길래
둘 다 딸기로 골랐어요.
모양과 색깔이 딸기 딸기 하죠?
새콤달콤한 신선한 딸기와
색이 예쁜 딸기 무스
아몬드 아이스크림까지
완벽한 디저트입니다.
마지막은 차와 프티푸르입니다.
저는 허브티를 주문했어요.
여기 까눌레도 맛있는데요?
이렇게 세 시간이 넘는 저녁시간이
끝났네요.
아아..
제 생에도 이런 빌지를 받는 날이 있군요..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그냥 0 하나 빼고 생각하자
마음을 다스립니다. ㅜㅠ
식사 시작할 때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셨던 여성 스태프분께
메뉴 설명을 써주실 수 있는지 조심 스래 부탁드렸더니
감사하게도 이렇게 꼼꼼히 써주셨어요.
마지막엔 셰프님의 사인까지..
2년 전 런치도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오늘의 화려한 디너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만족스러운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고가의 대가를 지불했음에도
선물 같은 서비스를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불한 금액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는 뜻일 거예요.
문 앞에서 셰프님과 인사하며
서방 카메라로 멋진 사진도 찍어드렸어요.
셰프님도 2년 전 저희들을 기억하시고
잠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멀리서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상 좋으신 셰프님이 계속 인사해주셔서
저희도 맛난 음식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음에 또 올 거라 약속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2018/01/28 - [Life is Journey /Hokkaido 17th] - 17th Hokkaido #12 프렌치 레스토랑 L'oiseau par Matsunaga
밖에 나오니
눈이 쏟아지고 있네요.
오누마 EPUY에서 본 눈이
마지막일 거라 생각했는데
또 한 번 눈이 오니 기분이 좋아요.
행복했던 시간을 선물해준
르와죠에 감사드리며
전차 역으로 걸어갑니다.
쏟아지는 눈을 맞으니 볼이 좀 아프지만
겨울 하코다테를 만끽합니다.
이 조용한 동네에서
지금은 쏟아지는 눈을 맞는 우리가
가장 시끄러울지도 모르겠어요.
토독토독 옷에 눈 맞는 소리가
골목을 꽉 채워갑니다.
가시와기쵸 전차역에 왔는데
방금 떠났네요.
다음 차가 오기까지 시간이 한 참 남았는데
그냥 서서 기다리려니
많이 추울 것 같아요.
다음 역까지 걸어가 기로 합니다.
전차 역은 그리 멀지 않아서
걸어갈만해요.
조용한 밤거리, 눈을 맞으며
데이트하듯이 서방과 다음 역까지 걸어왔어요.
스기나미쵸에 도착했습니다.
호라이쵸에서 바라보던
밤 풍경도 좋았는데
이곳 풍경도 참 좋네요.
차분해지는 느낌이에요.
저 멀리서 전차가 오네요.
옆에는 택시가 발맞춰 달리고 있어요.
이 풍경, 너무 마음에 들어요.
잘 찍힌 사진은 아니지만
이 시간에 느낀 제 마음이
그대로 담긴 것 같아 자꾸 바라보게 돼요.
전차를 타고
주지가이에 내렸어요.
눈은 그쳤지만
밤의 어둠과 흰 눈,
노란빛이 감도는 가로등 불을 즐기며
호텔로 걸어갑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여행지에서의 하루였습니다.
굿나잇~
http://www.r-loiseau.c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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