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2(토)
저녁 먹고 2차 하러 왔어요.
진짜 진짜 여행 마지막 코스니까
모리상 만나러 띠르부숑을 찾아왔어요.
저녁 먹으면서 가도 괜찮냐고 먼저 여쭤봤고,
자리 있으니까 와도 된다고 해서 왔어요.
오늘은 서방이 고른 와인을 한 병 주문했어요.
Domaine Philippe Vadelle Vin Jaune L'etoile
Savagnin 100%
코르크도 예쁘게~
골드빛 컬러가 아주 예뻐요.
견과류 향이 가득한 와인이네요.
전문가인 서방에게 이거 무슨무슨 향기 맡아?라고 물어보며
와인을 마십니다.
대답은 영 시원찮아요.
네 느낌이 그거라면 그거지 정답이 어딨어? 라면서도
그래도 난 자기 같은 사람이 느끼는 거랑 같은 걸 찾아내는
뿌듯함이 있단 말이야! 라고 해도
매번 똑같아요. 칫
모리상과 소믈리에 수련생인 직원분께도 한 잔 드리며
며칠간 먹고 마시고 돌아다닌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오늘의 안주는 가볍게 넛츠
그리고, 치즈 모리아와세 + 석류
왠지 오늘 와인에 어울릴 것 같아서
치즈를 시켰는데 역시 잘 어울려서 기분이 좋았어요.
모리상께서도 한국 여행에 조금 관심이 생기셨는지
자기가 만일 가면 언제가 좋을지 어딜 가는 게 좋을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오오! 모리상 맡겨만 주세요!
제가 원하시는대로 코스를 쫙 짜드리겠습니다. ㅎㅎㅎ
음식점 몇 군데 보여드리며
관광지 보다 전통적인 맛이 있는 식당과
파인 다이닝 관심 있어하실 듯하여 그 자리에서 몇 군데 보여드렸어요.
그런 이야길 나누다 보니 벌써 와인이 바닥을...
시간 왜 이렇게 빨라요..ㅠ.ㅠ
에스프레소 한 잔씩 마시며 마무리 하려고 하는데
모리상께서 그라빠를 한 잔 주셨어요.
제가 첫 날부터 그라빠 노래를 불렀거든요.
이번 여행 중에 그라빠 꼭 마실 거라고요 ㅎㅎㅎㅎ
그 얘길 기억하시고 저만 한 잔 서비스로 주셨어요.
하코다테 여행기 쓸 때도 말씀드렸지만
친밀하게 지내는 가게에서 서비스를 받는 건
저희도 그만큼 드린 것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한국에서 가져가는 선물이 5만 원대에
이곳에서 비싼 와인을 마실 때 반드시 모리상과 직원분과 함께 나눠 마셔요.
제 포스팅을 보고 또는 다른 분 포스팅을 보고
대뜸 저희는 왜 서비스 안주시냐고 물어보시면 안 됩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종종 있어서 난감해하셔요.
이런저런 친분을 쌓으신 뒤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생겨서
서비스를 주신다면 감사하게 인연을 이어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 녀석 너무 맛있네요.
마지막 날이니 저도 건강생각해서 자제하고 있던 걸
무장해제하고 맛있게 마셨답니다.
이젠 정말 호텔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에요.
항상 좋은 곳에서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언제나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으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는 노르베사 관람차
관람차 꼭대기에서 보는 관경보다
여기서 지켜보는 모습이 더 좋네요 ^^;;
아쉬움 가득한 발걸음으로 호텔을 향해 가는데
어느 bar에서 소프트를 판매한다고 걸어놓으셨어요.
take out은 350엔이라네요.
어우.. 이젠 350엔이 싼 가격이에요.
기본 400엔에서 6,700엔까지 한 그릇 음식 가격이 되었습니다.
걷다가 만난 bar에 즉흥적으로 들어가 주문한 소프트크림이지만
홋카이도 소프트크림 어디 가겠습니까
성격도 다르고 취향도 다른
세상 같은 거 하나 찾기 힘든 부부인데
이렇게 홋카이도 여행 다니며 맛난 거 먹는 거 좋아하는 공통점으로
즐겁게 살고 있어요.
밤에 만나는 닛카상도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그간 즐거웠어요~
평소엔 문 닫고 영업하는 곳인데
축제기간부터 밴드를 초청해서 공연 중이라
문이 활짝 열려있어요.
Girl's Bar에서 밴드 공연이라니 ㅋㅋ
일본은 공연 소비를 아주 잘하는 바람직한 나라라서
음악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어떤 장르의 음악이라도 충분히 소비하니까
음악인들도 얼마라도 수입이 생기고
그게 다시 자신들의 음악에 투자되니까 많이 발전하는 것 같아요.
(자니즈 같은 아이돌산업 제외하고...)
호텔을 향해 걸어갑니다.
축제는 끝났지만 주말이라 스스키노의 거리는
홍대를 방불케 합니다.
이걸 왜 찍었냐면요 ㅎㅎㅎ
가라오케인데
가라오케 무료, 다트무료
여성은 0엔, 남성보통요금 무료
초콜릿 퐁듀, 샐러드바 무료라고 쓰여있거든요.
그럼 여긴 도대체 뭘 하거나 먹어야 돈을 내는 걸까요?
뭘로 돈을 버시는 건지 갑자기 사장님이 걱정되더라는 ㅋㅋㅋ
마지막 날이라 별 우스운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뚜벅뚜벅
하......
청소문제로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비스 호텔
아마 다음부턴 안 가는 방향으로 정하려고요.
아마 강과 연결된 개천인 것 같은데
여기서 잉어를 키우거든요. 두 블록 정도 뒤에는 막혀있어서
잉어들은 이곳에서만 지내요.
강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대신 관리 직원들이 나오셔서 막힌 곳에 쌓인 쓰레기도 치우시고
깨끗하게 관리하더라고요.
잉어가 너무 크고 많아서 조금 무서워 보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며 잠시잠시 멍 때리곤 했어요.
이제 호텔로 들어가요.
흑.. 이렇게 우리의 마지막 날도 끝이 났네요.
내일 움직일 일정만 확인하고 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