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야기
5학년이 시작되는 첫날,
어떤 아이들과 1년을 지내게 될지
언제나처럼 긴장되는 아침이었어요.
26명의 아이들과 처음 눈을 맞추며
엄청난 하이텐션을 보여주는 녀석들을 보았고,
전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제게 남아 있는 에너지의 양을 가늠해보았답니다.
저 텐션이 일 년 내내 유지된다면
과연 감당할 힘이 있을 것인가... 를 말이죠.
마치 사춘기 소년 소녀들처럼
제 말 한마디에 까르르 꺄르르
리액션은 또 어찌나 풍성한지
몇 번이고 실소가 터져 나와
첫날부터 다 같이 깔깔거리며
개학식을 마무리했어요.
에너지를 가늠했다 말했지만
사실, 웃기는 얘기에 웃어주고
진지한 얘기에 한껏 진지하게 반응해주는 아이들이
참 고마웠던 첫날이었어요.
작년 1년 원격수업에 몸이 익어버린 아이들은
등교 수업 날 9시 등교를 제대로 못하거나
등교 수업과 원격수업의 차이를 혼동하거나 해서
전화해서 애들 깨워서 등교시키고
원격수업 접속하게 하고
학교 온 아이들 챙기랴
전화기 붙잡고 있으랴
꽤 정신없이 흘러갔네요.
셋째 주가 되어도
아이들은 여전히 하이텐션이고
저세상 리액션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이들이 즐거우면 저도 즐겁고,
수업할 때 말 많이 해주면 저도 신나긴 해요.
조금, 아니 많이 시끄럽지만
너무 조용한 반 보다는 이쪽이 훨씬 낫지 싶어요.
학부모님 이야기..
1.
개학 전부터 아침마다 전화로
제게 화를 분출하는 분이 계셨지 뭡니까..
친절하게 응대하는 거야 워낙 제 특기라 ^^;;;
2-30분의 전화 통화는 무사히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2주일째 매일 아침 전화를 받다 보니
저도 좀 힘들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부모님의 행동 때문에 제 기분이 상해
아이에게 그 기분이 전달될까
심호흡을 하고 수업 들어간 지가 몇 번인지
안 되겠다 싶어서
전체 아이들을 대상으로
궁금한 게 있거나 이상하게 여겨지는 게 있으면
선생님한테 물어보는 게
부모님께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간편하고 해결도 빨리 된단다
얘기해줬어요.
그 뒤로 전화기는 불이나요..ㅋㅋ
(클래스팅 전화번호라 시간 설정되어있는 게 어찌나 다행인지..)
매일 전화하시는 어머님께도
아이가 제게 직접 물어보고 궁금한 걸 해결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드리고,
그래도 화내시는 부분은
최대한 차분하게 천천히 설명드렸어요.
그 아이가 제게 전화하는 횟수가 늘어나니
확실히 부모님 전화는 줄어들더라고요.
다행히도 어머님의 걱정과는 다르게
아이는 열심히 물어보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어요.
그나저나
2주간 매일 받던 전화를 안 받으니
편하면서도 조금 이상했는데
오늘 퇴근길에 전화를 받았어요.
허리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셔서
입원하셨다고..
잘은 모르겠지만
왜 그렇게 화가 가득 차 있으셨던 건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어요.
얼른 건강 회복하시길...
2.
학부모님께 문자를 많이 보내는 편이에요.
저는 빠지지 않고 설명드려서 이해를 돕는 게
문자 보내는 번거로움 보다
편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작년엔 너무 많이 보내신다고
민원전화까지 받을 정도였으니 ㅎㅎㅎㅎ
작년엔 원격수업을 처음 시작하다 보니
전달할게 뭐 그리 많던지요..
학급 밴드에 써도 못 읽는 분들이 있어서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지요.
오늘 근무 중 전화를 해주신 분은
다문화 가정의 어머님이셨어요.
중국 분이시지만 말씀은 아주 잘하셨는데,
아이 문제로 상담을 하다가
마지막에, 제가 보내드리는 문자가 너무 도움이 된다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이 정도의 수고로움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계속해드릴 수 있을 텐데,
아직은 반응을 좀 더 살펴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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