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5(수)
파스테이스 드 벨렝을 나와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갑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이에요.
어마어마한 크기의 건물이 바로 앞에 있다 보니 거리감각이 이상한 기분입니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건물이 우뚝 솟아있어요.
트램이 여러 방향에서 다니는 건지 전선이 가득한 풍경은 조금 아쉽네요.
앞에 보이는 커다란 건물은 성당이고 저 뒤에 보이는 주황색 지붕이
제로니무스 수도원이에요.
티켓 판매처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네요.
온라인으로 구입하려고 시도하는데 원활하지 않아서
저는 수도원 문 앞에서 기다리고, 남편이 티켓을 구입해 오기로 합니다.
입장 티켓은 1인 18€
산타 마리아 드 벨렝 성당
입구에 있는 섬세한 조각을 보며 조각가의 집요함이 느껴질 정도라 깜짝 놀랐어요.
성당 입구
말이 필요 없는 섬세하고 화려한 조각들...
아무리 훌륭한 조각가라 해도 신앙심이 없다면 이런 힘든 작업을 완성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겨우 오전 9시인데 햇빛 무슨 일인가요.
겨울에도 이런데 여름에 여기 줄 서 있으면 엄청 탈 것 같아요.
신을 위한 공간과 신을 따르는 인간을 위한 공간 느낌이 이렇게 다르네요.
수도원 건물도 섬세한 조각들이 가득하긴 하지만
외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요.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벨렝탑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어요.
후기 고딕 시대에 지어진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굉장히 화려하고 세밀한 장식을 보여주는데
이걸 마누엘(Manuel) 양식이라고 해요.
이곳의 조각들은 석회암을 활용해 화려하고 섬세하게 조각한 포르투갈만의 독특한 방식이라고 해요.
바다 위를 탐험하던 때의 여러 주제나 물건들을 표현했다고합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1498년 인도 항로를 개척한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를 기리기 위하여
국왕 마누엘 1세의 지시로 착공 후 100년간 건축되었다고 합니다.
직접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세계유산에 등재될만하구나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장애아와 함께 오신 부모님,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오신 부모님
우선 입장하신 뒤 저희도 순서에 맞춰 입장합니다.
입구 들어가자마자 만나게 되는 계단 위 큰 그림은 성 제롬(Saint Jerome)의 초상화예요.
그림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윗부분은 가로 패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윗 패널에는 성 제롬이 잠든 모습이 그려져 있고, 그의 다리 뒤에는 사자가 있으며,
그의 위에는 케루빔(천사들)이 떠 있습니다. 이 사자는 성 제롬의 문장적 상징입니다.
아래쪽의 세로 패널에서는 성 제롬이 서서 왼손에 든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림의 오른쪽 아래에는 그의 추기경 모자(붉은색)와 성인의 지혜와 신중함을 상징하는 해골이 있습니다.
어떤 분의 작품인지 궁금한데 작가의 서명이 없는 미상 작품이라고 하네요.
창 밖으로 작은 정원이 있어요.
드디어 수도원 본 건물로 들어섭니다.
아치형 천정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복도 끝으로 햇빛이 길게 들어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어요.
천연 조명이네요.
아침이라 관람객이 많지 않아요.
꼬마 녀석이 달리기 하기엔 최적의 장소겠죠?
아치형 창문에 화려하게 조각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코바늘로 뜬 하얀색 레이스가 떠올라요.
천사가 허리 손! 하고 서있는 모습 같지 않나요?
쨍한 햇살
노랗게 햇살이 들어오는 복도와 꼬마 아이가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온한 시간입니다.
너무나 화려한 성당 지붕
이 조각들은 좀 무섭더라고요.
밤에 달빛이 비취면 더 무서울 것 같아요. ㅋㅋㅋ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화려하고 섬세한 조각으로 유명하다지만
성당 입구의 조각들에 비하면 전체 건물이 수수해 보일 정도예요.
분수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꽃모양이에요.
해가 뜨거운 날이라 겨울 분수도 시원하게 느껴지네요.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에요.
좁은 복도식 계단을 내려가자니
오래전 수도사들이 긴 옷을 입고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이 상상되더라고요.
1층 천장은 2층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 같아요.
인어인가요?
작은 예배당처럼 생긴 공간에 들어왔어요.
이 예배당은 알렉상드르 에르쿨라누(Alexandre Herculano)의 기념비를 완성하기 위해
국가의 코르테스(의회)의 명령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이는 1884년 3월 22일 회기 중 마리아누 시릴루 드 카르발류(Marianno Cyrillo de Carvalho) 의원의 제안에 따라,
그리고 공공사업부 장관인 안토니우 아우구스투 드 아쿠이아르(Antonio Augusto d’Acuiaar)의 효과적인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습니다.
영묘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은 고인을 사랑하고 존경하던 친구들과 숭배자들의 모금으로 세워졌습니다.
예배당과 영묘의 공사는 무보수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계획되고 지휘되었으며, 뛰어난 기술자 마누엘 하이문두 발라다스(Manoel Raymundo Valladas)에 의해 수행되었습니다.
- 집행위원회(Commissão Executiva)
포르투갈의 역사학자, 시인이자 작가였던 알렉상드르 에르쿨라누(Alexandre Herculano)의 무덤
"잠자는 것인가? 오직 차가운 시체만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잠든다.
영혼은 날아올라 전능하신 분의 발치에 안긴다."
– A. 에르쿨라누(A. Herculano)
아까 설명에서 읽었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상이 여기에 있어요.
잠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립니다.
어린아이들의 경건한 호산나를 받으실 당신께,
오 구속자여,
오 그리스도 왕이여, 당신께 영원한 영광을!
당신께 영광과 찬양을 드립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오 그리스도여,
당신은 유대인의 왕이십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신 축복받은 이여,
당신은 하늘에서 땅으로 오셨습니다.
영원의 노래 속에서 천사들의 합창이
당신을 높은 곳에서 찬양하고,
땅 위의 모든 인간과
우주의 모든 피조물들이
당신을 찬양합니다.
사자들 허리 아프겠다..ㅎㅎㅎ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보도엔 여전히 햇빛이 길게 들어와 멋진 그림자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무덤
(1888–1935)
20세기 가장 중요한 포르투갈 시인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알베르투 카에이루(Alberto Caeiro), 히카르두 헤이스(Ricardo Reis),
알바루 드 캄푸스(Álvaro de Campos)와 같은 다양한 문학적 인격(헤테로님)을 구현했습니다.
그의 시신은 사망 50주년을 맞아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이장되었습니다.
작가: 라고아 엔히크스 (Lagoa Henriques)
이분의 무덤은 이렇게 비석 형태로 세워졌네요.
식당 (Refeitório)
수도원 회랑(cloister)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공간들은
콤파니아스(companhias)라고 불리는 그룹을 통해 건축되었습니다.
이 그룹은 한 명의 책임자(건축가)의 지휘 아래 여러 명의 일꾼들이 모여 작업한 조직이었습니다.
1517년경, 바스크 출신 건축가인 조앙 데 카스티요(João de Castilho)가
성 마리아 데 벨렝(Santa Maria de Belém) 공사의 책임을 맡았고,
포르투갈인 건축가 레오나르두 바스(Leonardo Vaz)가 식당 작업을 조정하고 여러 장인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습니다.
이 식당은 두 층으로 구성된 팔각형 아치(vaulted ceiling)로 천장이 덮여 있으며,
벽에는 성경 이야기들을 묘사한 장식 타일(아줄레주)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18세기(1700년대)에는 벽이 다시 장식되었고,
당시의 특징인 플레이트(Plates)라는 커다란 원형 접시 모양 장식도 포함되었습니다.
특히,
오병이어의 기적(The Miracle of the Loaves and Fishes)
요셉 이야기(Joseph in Egypt) 같은 성경 속 장면들이 타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설명에 있던 오병이어 기적을 표현한 타일 여기 있네요.
1층 복도에서 봤던 아치 이름도 팔각형 아치(vaulted ceiling)겠네요.
이게 요셉 이야기인가봐요.
무슨 장면인가 한참 들여다 보니
형제들에 의해 노예로 팔려간 요셉의 옷을 가지고 돌아와
아버지께 요셉이 죽었다고 하는 장면인 것 같아요.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다 보니
앗, 아까 창문으로 본 게 정원이 아니라 해군중앙도서관이었어요.
수도원 안에 해군중앙도서관이라니 그것도 신기하네요.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돌아보며 평온하고 따뜻한 순간들을 담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더라고요.
화려한 장식 덕분에 관람하는 시간이 더욱 즐거웠어요.
하늘이 점점 파랗게 물들어서
제 눈에서도 파란 물이 떨어질 것 같아요.
성당 앞에서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조각을 다시 한번 보고
다시 한번 감탄하며 제로니무스수도원 관람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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