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모든 학년 아이들과의 첫 만남 때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학교 오면 너무 불편하고 스트레스받지 않니?
이 작은 교실에 여러 명을 넣어놓고 책상에 앉아 5시간 6시간 공부하라고 하고,
맘에 안 드는 애랑 같은 반에서 마주쳐야 하고,
짜증 나는 일 투성이야. 그렇지?
그럼 다들 맞다고 원성이 자자해요.
각자 학교가 자신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얘기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지요.
모두 쏟아낼 만큼 쏟아낸 후에 다시 질문을 합니다.
그럼 왜 학교라는 걸 만들어서 학생들을 학교에 가게끔 하는 것일까?
한참 하고픈 말을 다 내놓은 뒤라 자연스럽게 잠시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이런 질문을 던지면 좀 생각하다가
공부하라고요,라는 단순한 답변을 던집니다. 그럼 다시 물어보죠.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건데?
- 훌륭한 사람 되라고요
훌륭한 사람이 어떤 건데?
- 직업에 대한 답, 돈에 대한 답 등등 우리 모두 뻔히 아는 답변들이 이어집니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학교에 와야 하는 이유로서는 명확한 답변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지
고학년일수록 여러 이야기들을 해요.
이 정도까지 와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제가 약간의 가이드를 줍니다.
공부는 학교가 아니어도 할 수 있고, 너희들이 이야기하는 훌륭한 사람도 학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도 많아.
학교에 오는 이유는 공부하는 것도 있지만 이곳이어야만 제대로 알 수 있는 게 있는데 그게 뭘까?
선생님이 이 질문을 꺼낸 이유가 바로 그거야.
- 음...
이 정도까지 오면 애들 입에서 사회성이란 단어가 나와요.
사회성이란 낱말 아니어도 친구와 함께 지내는 방법이요 같은 비슷한 이야길 해요.
만일 그 답이 안 나오면 하루 이틀 더 기다려서 결국 아이들 입에서 사회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합니다.
애들이 먼저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서란 말을 하고 나면
그 뒤론 생활지도 할 때 "그때 너희가 얘기했던 것처럼, 이 상황은 너희가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과정이야. 지혜롭게 해결 방법을 생각해 보자"라고 제안을 해요.
물론 이게 생활지도의 정답은 아니지만
어떤 단어든 아이이 먼저 말했을 때 조금 더 효과가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과 이 과정을 통해 사회성에 대해 한참 이야기한 뒤
부모님들께 이 과정을 그대로 공개합니다.
아이들이 학교 다니는 이유를 이렇게 얘기했어요. 이런 생각을 하다니 너무 멋지지 않나요?
(아이들에게도 멋지다고 얘기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조금 더 깊은 생각을 하는 게 멋지잖아요.)
부모님께 학교에서의 당신 아이들이 이런 생각까지 해낸다고
자랑에 가까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과정은 나중에 상담할 때도 매우 도움이 돼요.
아이들의 결정이나 생각을 부모님께 그대로 전달해 놓으면
상담할 때 아이들이 생각한 것들을 지지해 보자고 말씀드릴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답니다.
학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이 코앞이에요.
힘들게 달려오신 선생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아이들과 학부모님과 좋은 관계 맺으며 시작하실 수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 몇 편의 이야기들을 나눠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