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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Practice/Diary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 ] 2주차 _ 에세이 쓰기 5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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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석 작가님의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를 읽으며 실습하고 있습니다.

  앞 단계는 책에 쓰고 각 챕터 마지막 글쓰기는 블로그에 쓰기로 했어요.

 

 

2주 차 에세이 쓰기 - 나의 경험과 생각 쓰기

 

사진출처 - https://pxhere.com/ko/photo/706593

 

중독

 

  예전엔 '중독'이라는 말은 꽤 부정적인 표현이었어요. 어릴 땐 중독이라는 말이 과하게,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지경으로 빠진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흔하게 사용되는, 약간은 긍정적인 느낌마저 드는 표현처럼 사용되고 있어요. 너무나 좋아하는 무언가에 빠져버린 모습을 약간 허세 부리듯 과장하여 표현하는? 그런 귀여운 느낌이요.

  제 자신에게는 그렇게 귀여운 허세를 부릴 수 있는 일상에서의 중독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세 가지 정도 떠오르네요. 활자(책)와 성악, 그리고 홋카이도입니다.

 

  활자를 좋아한다니 표현이 이상하죠? 독서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종이에 쓰인 글자들을 좋아해요. 친구들은 종종 너는 '활자중독'이야 라고 말하곤 했어요. 제가 활자를 좋아한다는 건 독서와 다르게 글자에 집중해서 눈으로 보기는 하는데 사실 문장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글자를 따라가며 구경하는 느낌이에요. 요즘은 활자만 구경하는 일은 별로 없지만 예전엔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답니다. 이렇게 글자를 좋아하지만 종이가 아닌 매체에 쓰여진 활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요. 그래서 바스락 거리는 질감과 빳빳한, 때로는 눅눅한,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냄새가 나는 종이책을 좋아해요. 아니 종이책만 좋아해요. 이렇게 책을 좋아하다 보니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고, 그 작가의 책을 읽는 독서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걸 활자 중독이라고 해야 할까요? 종이책 중독이라고 해야할까요?

 이런 독특한 중독 덕분에 세상의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름 편협하지 않은 인간으로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어디 가서 나 이런 중독 있어 허세 부릴 만하죠? 

 

  다음 '성악'이에요. 제 꿈은 성악가가 되는 것이었어요. "제 꿈은 ~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성악가가 되겠다고 말하고 다녔죠. 그 꿈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어요. 부모님께서 틀어놓으셨던 라디오에서 흐르는 곡을 듣고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어요. 사람의 몸이 악기가 되어 다양한 소리를 내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게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감정과 노래가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 느껴질 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게 돼요. 다른 장르의 보컬도 같긴 하지만 제겐 클래식 성악이 가장 멋있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모진 풍파를 이기고 음대에 가서 성악을 전공했지요. 이렇게까지 빠져 살고 있는 성악인데 활자보다 뒤로 밀린 이유는 변하지 않던 꿈을 이루지 못해서 일까요. 이것만큼은 앞으로 내세우기가 살짝 쑥스럽답니다.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중독 증세는 이어가고 있어요. 좋은 곡을 알게 되면 부를 수 있던지 없던지 우선 악보부터 주문하고 있으니... 어쩌면 종이책의 활자에 중독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은 홋카이도 여행이랍니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가게 된 곳인데, 처음 갔을 땐 이 정도로 심각한 증세를 보이게 될지 몰랐어요. 하지만 홋카이도의 아름다움은 저의 마음을 너무나 편하게 해 주었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답니다. 지리적 위치가 가깝다거나 언어에 문제가 없는 등 부수적인 도움도 있었기에 그 아름다움을 계속 느끼러 다녀야겠다 결심할 수 있었어요. 이제는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홋카이도에 다녀오는 것이 저희 부부가 살아가는 루틴이 되었습니다. 10년간 홋카이도만 다니다 보니 벌써 스물두 번째 여행을 마쳤네요. 꽤 넓은 곳이라 얼마나 더 다녀야 원하는 곳을 다 가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갈 수 있는 만큼 다 다녀보고 싶어요. 

  그간의 여행 경비를 모아 보면 집을 한 채 더 살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홋카이도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참으로 행복하고 아름다워서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답니다.  

 

  이렇게 일상 속 작은 허세를 부리며 몇 가지에 중독되어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고 감사한 일이에요.  어딘가에 빠져들어야만 즐겁게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무엇엔가 빠져들면 삶이 재미있어지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는 100세 시대라는데 길게만 살지 말고 재미나게 살아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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