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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orning/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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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에세이_ 안도현의 문장들 '고백' 2021_19 '고백'은 안도현 님의 차분한 글들이 한승훈 님의 사진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있는 책이에요. 선명한 사진을 보자니 한승훈 작가님의 자연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따스해졌어요. 책 속엔 고요한 시간 속 마치 멋진 음성이 들리듯 글에 대한 시에 대한 시선에 대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그리고, 사진에 담긴 그 찰나의 순간 그곳에 있었던 바람 소리 빗소리, 나뭇잎이 날리는 소리 꽃잎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꽃 사진이 있는 지면에 꽃에 대한 글이 담겨있었다면 조금 실망스러웠을텐데, 글과 사진의 조합이 시각적, 청각적 조회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슈만의 가곡은 노래와 피아노 반주의 이중주라는 표현을 많이 쓰곤 해요. 피아노가 반주에 머무는 것이..
[허수경] 에세이_ 가기 전에 쓰는 글들(허수경 유고집) 2021_16 이 책은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시인 허수경 님의 메모를 모아놓은 책이에요. 흩어질 듯한 생각들, 흩어져있던 생각들을 모아 글로 써 내려간 메모들을 보니 매 시간 흘러가는 시간의 한 자락을 마법사처럼 살짝 잡아다 종이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유고집이라고 했지만, 책의 메모가 시작되던 2011년 시인은 자신의 생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지 못했을텐데.. 하지만, 어째서인지 스스로 삶의 무게에 지쳐 모두 놓고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의 글로만 보이는 걸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녀의 삶의 무게와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있었어요. 유고집이란 타이틀 때문에 생긴 제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몇몇 지인은 이 책을 읽다가 너무 힘들어서 책장을 덮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허수경 시인 ..
[움베르트 에코]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 하는 방법 2021_13 움베르트 에코의 칼럼 중 2000년 이후에 쓰여진 것을 모아 놓은 책이에요. 움베르트 에코의 작품들 정말 좋아하는데 이렇게라도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다는게 감사합니다. 한 두장 분량의 짧은 에세이들이라 굉장히 쉽게 읽을 수 있어요. 하지만 유머러스한 표현 뒤에 담겨있는 깊은 생각들은 잠시 멈춰 나는 어떻게 여기는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지식인의 생각을 엿보는 건 참 흥미롭고 도전이 되는 것 같아요. 칼럼처럼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명확히 드러내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자신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고, 어떤 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는 건 그만큼 스스로 객관적 지식과 시각, 명철한 지혜가 있다고 여기기에 가능할 거예요. 그런 능력들이 너무 부럽고 저도 그 수준이 되고 싶다는 열..
[안도현] 시_ 안도현 시선 2021_5 허수경 시선과 함께 대출받았던 안도현 시선을 읽었어요. 허수경 시선과 마찬가지로 안도현 시인의 시를 영문 번역과 함께 실은 시선집입니다. 예전부터 안도현 님의 시와 동화를 좋아했어요. 많이들 아시는 연탄을 소재로 한 시도 좋고 어른을 위한 동화로 나온 연어도 정말 사랑했어요. 기대를 안고 시집을 읽기 시작했는데 바닷가 우체국이 나오더군요. 갑자기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시간을 거슬러 이 시를 너무나 좋아했던 그때로 되돌아 간 것 같았어요. 그저 혼란스럽기만 했던 20대 후반의 저를 마주하며 몇 번을 곱씹어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더 많은 시를 실어주시지... 아쉽기만 하더군요. 뒤에 실린 해설은 허수경 시선집보다 감동스럽진 않았지만 About 안도현의 내용은 저도 느꼈던 부분들이라 많이..
[허수경]시_ 허수경 시선 2021_3 허수경 시인의 시를 모아 영문 번역과 함께 실어놓은 책이에요. 허수경 시인의 시를 여러 편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꽤 깊게 빠져버렸어요. 시인은 결이 참 곱고 선하고 아름답지만 그만큼 서글프고 외로운 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비가 오는 것도 아니었는데 머리칼은 젖어서 감기가 든 영혼은 자주 콜록거렸다.' 돌이킬 수 없었다란 시의 한 부분이에요. 이 시를 읽다가 이 표현에서 벗어나질 못하겠더라고요. 시인이 어떤 생각으로 이 시구를 썼는지 알 수 없지만 어딘가 있었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심연의 슬픔이 갑자기 수면 위로 튀어 올라온 것같이 뭐라 설명하기 힘든 마음이 마구 마구 흔들리더군요. 책 앞 뒤에 실린 추천사나 해설을 그리 즐겨 읽진 않아요. 하지만 이 시집에 실린 김수이 평론가님의 해설..
[이동진] 파이아키아(Piarchia) - 이야기가 남았다. 2020년 11월, 힘겹게 코스모스를 완독하고 나니 새해가 되기까지 한 달 남았네요. 남은 기간 동안엔 내용도 두께도 좀 가벼운 것을 읽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차에 알라딘에서 파이 아키아를 맞닥뜨리고 말았습니다. 내용은 재밌을 것 같은데 두께가 어마어마합니다. 하지만, 이동진 님이 얼마나 썰을 잘 풀어주셨을까 너무너무 궁금해져서 결국 구입했답니다. 파이 아키아는 이동진 님의 수집품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에요. 파이 아키아라는 말은 이동진 님이 좋아하는 낱말을 모아 새롭게 만들어낸 거라 검색해도 안 나온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모아 온 수집품을 멋진 사진과 함께 하나하나 소개하고 관련된 에피소드까지 곁들여놓으니 마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는 것처럼 생생한 기분이 들었어요. 책을 통해서..
[타라 웨스트오버] 에세이_ 배움의 발견 Educated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이 책을 다 읽은 후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대략적인 소재는 미리 알고 있었지만 이 일이 "1986년생"인 저자가 경험한 일이 믿기지 않아서인지 그녀의 피나는 노력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가족 테두리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는 확신이 들지 않아서인지 무언가 알 수 없는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채우며 마음속에 태풍과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을 땐 그녀 스스로 '배움'이라는 것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에 대해 감상으로 써야겠다 생각했었지만 정작 책을 덮었을 땐 도무지 제 생각을 정리할 수 없었어요. 며칠의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써봐야겠다 마음먹었지만 저자가 찾아낸 배움의 발견이라는 포인트보다 가르치는 입장으로서의 '교육'이라는 주제에 생각이 닿고 나니 마음을 가라앉히는 ..
[김영하]_ 에세이, 여행의 이유 여행을 다닐 때마다 읽을 책을 가져갑니다. 쉬기 위한 여행을 하는지라 여유 있게 책 읽을 시간은 충분하거든요. 이번 여름 여행엔 기형도 님의 시집과 이 책을 가져갔어요. 아무래도 여행이라는 공통 주제가 있다 보니 이 책이 더 와 닿았습니다.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은 제 취향과는 조금 달라서 많이 읽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여러 매체에서 만나는 작가님의 말솜씨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저를 사로잡을만했습니다. 그저 말이 유창하다기보다 경험을 통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에세이라는 장르에는 작가님의 그런 풍부함이 잘 드러날 것이라 기대했고, 읽어보니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작가님의 생각과 경험이 드러날 때마다 공감하고 깨닫기도 하고 나는 어떠했던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