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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Practice/Diary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 2주차 _ 에세이 쓰기 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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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석 작가님의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를 읽으며 실습하고 있습니다.

  앞 단계는 책에 쓰고 각 챕터 마지막 글쓰기는 블로그에 쓰기로 했어요.



 

2주 차 에세이 쓰기 - 기행문 쓰기

(장소에 얽히거나 장소에서 촉발된 어떤 이야기 쓰기)

 

2017년
2019년

 

작년 10월 삿포로에 있는 카페 모리히코에 다녀왔어요. 2017년에 처음 가본 후 세 번째 방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래된 2층 목조주택을 카페로 만든 곳인데 계절마다 특유의 분위기를 자랑하는 외관이 매우 유명합니다. 겨울엔 눈으로 가득하고 여름과 가을엔 초록잎으로 가득하죠. 아직 봄의 모습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운치 있을 것 같아요.

 

실내로 들어가면 좁은 공간에 오래된 나무 바닥에서 나는 향기와 커피 향기가 어우러져 마음이 편안해지고,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도, 약간 어두운 듯한 조명도 매우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곳이에요. BGM으로 흐르는 음악은 대부분 클래식이었는데 선곡을 어찌나 잘했던지 공간과 너무나 잘 어울렸습니다. 하지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한 사람이 걷기에도 매우 좁으며 여차하면 떨어질 것같이 급한 경사로 되어있어요. 게다가 바닥의 삐걱거림이 너무 심해서 주위 사람이 신경 쓰여 발 뒤꿈치를 들고 걸어야 할 지경이에요. 1층에는 같이 앉는 좌석이 메인이라 먼저 오신 분들은 올라가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는 2층으로 안내되곤 합니다.

 

분위기는 좋지만 몸이 불편한 이 곳에 사람들이 꾸준히 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바로 커피 맛입니다. 아무리 분위기가 좋아도 커피 맛이 좋지 않으면 몸의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가 없겠죠. 저는 이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모리노 시즈쿠(森の雫)라는 커피를 좋아해요. 숲의 물방울이라는 이름도 좋고 그 맛도 꽤 강렬하답니다.

 

이곳에는 손님들이 쓰고 가는 노트가 있어요. 커피 맛에 대한 코멘트라던가, 여행자의 기록, 쓸쓸한 마음, 즐거운 마음들을 하나 하나 기록 해놓았죠. 그 노트를 읽다 보면 한국 여행객들의 노트도 꽤 많이 나오는데 모리노 시즈쿠는 사약 같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판매되는 커피는 약배전 로스팅이라 연한 커피가 많잖아요. 하지만 일본의 커피는 강배전으로 로스팅을 해서 산미도 강하고 커피도 꽤 진하게 내려지곤 해요.  

 

모리히코 본점에서만 판매하는 모리노 시즈쿠라는 커피는 그런 일본 커피 맛의 최극단의 맛이랄까요. 처음 마실 땐 너무 진한 맛에 놀라서 이 커피를 다 마시면 나는 죽을지도 모르겠구나..라고 생각했었어요. 다른 한국 여행객들의 노트처럼 사약 같았죠. 사실 아직도 전 이 커피를 마시는 건 무리랍니다. 남편이 마시면 한 모금 얻어 마시는 정도예요. 그저 숲의 물방울이라는 이름의 커피가 이렇게 진하다는 것에서 무언가 연결고리를 찾고 싶어 져요. 왜 이렇게 진한 맛의 커피에 숲의 물방울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혹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아 그랬던 건 아닐까 이렇게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혼자 생각해보는 게 좋아요. 

 

일상에서의 커피 한 잔은 생각할 시간을 준다기보다 정신 차리고 일해야지 하는 연료의 느낌이에요. 여행지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정말 쉬고 있구나, 일상과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있구나 느낄 수 있다면 꽤 행복한 시간이 아니겠어요?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카페로 들어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강렬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나의 일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생각을 해도 괜찮은 그런 곳, 한 군데쯤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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