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3(목)
F-45 빌딩 13층
띠르부숑에 도착했어요.
엘리베이터가 네 대가 있는데도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아
타고 올라오는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와인 오프너 모양의 간판,
가게 이름인 띠르부숑도 와인 오프너란 뜻의 프랑스어예요.
모리상이 가게 오픈했을 때 방문해서
가게 이름이 무슨 뜻인지
간판이 무슨 모양인지 물어봤었어요.
21st Hokkaido_ #20 삿포로의 밤, 와인 바 띠르부숑 (Tire Bouchon) & 시메 파르페 이니셜 삿포로(INITIAL SAPPO
노르베사 관람차를 탄 후 원래 가려던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버드워칭 노르베사 띠르부숑 모두 한 곳에 있어요. 와인 바 Tire Bouchon 예전에 자주 가던 Blanc의 소믈리에 모리상의 개인 가
livewoman.tistory.com
영업시간은 18:00~1:30(L.O 1시까지)
정기휴일은 일요일입니다만
일본의 여느 가게들과 마찬가지로
임시휴일도 있고, 대관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가시기 전에 꼭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아요.
인스타에 월별 휴일을 공지해놓습니다.
아주 무거운 철문
열기 힘들어서인지 살짝 열어서 고정해 두셨어요.
인스타로 워낙 서로의 근황을 잘 알고 있다 보니
오랜만이지만 그렇게 오랜만인 것 같지는 않은
그런 인사를 나눕니다.
가게 이사 후에는 처음 와보는데 너무 좋네요
카운터 석에 저희 자리를 마련해 주셨어요.
오늘 디너의 메뉴입니다.
7가지 요리가 나오고
가격은 1인 8,800엔
디너 스타트 전에 우선 샴페인 한 잔 하며
밀려있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찌나 자상한 분이신지
제 인스타에 올린 근황들을 한참 전 것까지 모두 기억하시고
안부를 물어보시네요.
학교일이 너무 바쁘다 보니 힘들어서
링거 맞는 일도 빈번했고
이런저런 치료로 병원 방문도 많았는데
그걸 다 기억하고 여기 아프던 거, 거기 아프던 거 모두 괜찮냐고
하나하나 물어보시더라고요.
tmi
SNS에 병원 간 거 올리는 건 아픈 거 티 내려는 건 아니고요
자주는 아니지만 병조퇴나 병가 낸 거 어느 날 갑자기 확인을 요할 때가 있어서
SNS에 올려놓는 게 기록용, 증거용으로 제일 편하더라고요.
장소, 시간, 내용까지 한 방에 끝! ㅋㅋ
상큼한 샴페인 한 잔 마시면서
모리상과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무로란과 후라노 소식도 전하고,
띠르부숑 새 가게에서의 생활도 들었어요.
첫 번째 플레이트는 아뮤즈입니다.
동그랗고 샛노란 무언가가 나왔길래
날계란 노른자인 줄 알았어요.
다행히 새콤 달콤한 과일이에요.
서방이 선택한 와인도 서브되었어요.
와인을 오픈하면서 모리상이랑
1994년에 서로 뭐 하면서 지냈는지 얘기하며
내가 선배네 후배네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를 합니다.
두 번째 플레이트
케가니&주키니 무스
털게 살이 듬뿍 담겨있어요.
갑각류 러버인 전 너무나 행복하게 흡입했습니다.
작은 한 그릇인데 게 살이 꽤 많이 들어있어서
정말 맘에 드는 플레이트였습니다.
세 번째 플레이트
어? 테린 모양인데? 하고 설명을 들으니
채소 테린이에요.
세상에.. 너무 예쁘지 않나요?
다양한 홋카이도 채소들을 가지런히 줄 맞춰 테린으로 만들다니
비주얼부터 100점 만점
신선한 채소들의 담백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Vieux Chateau Certan 1994
(Pomerol AOC, Bordeaux)
생각보다 제가 좋아하는 타닌의 느낌이 강해서
맛있게 마셨어요.
가격대가 좀 높은 와인이지만
모리상과 직원분께 한 잔씩 나눠드리고 함께 마셨어요.
다행히 손님이 아주 많진 않았기에
넷이 이야기하는 좋은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와인 공부하는 어린 직원들은
이렇게 가격대가 높은 와인들은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아서
손님이 맛보라고 한 잔 권해주면
공부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아하거든요.
확실히 소믈리에라 와인을 맛보며 이야기하는 내용이
참 다채롭습니다.
동그란 빵
착하게 생겼어요.
네 번째 플레이트
이카소테가 나왔어요.
오늘 제가 좋아하는 식재료가 많이 나오네요.
갑각류에 오징어까지!
오징어 먹다 보니 하코다테도 생각나고..
진한 소스와 오징어가 아주 잘 어울리는 맛있는 한 그릇입니다.
다섯 번째 플레이트
아마에비&우니리조또
오, 아마에비!!! 우니!!!!!!
오늘 플레이트 폼 미쳤네요.
제가 좋아하는 거 다 나오잖아요!!!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맛이야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고요.
와인잔에 초점이 맞았어야 되는데
바깥 건물에 초점이 맞아버렸어요.ㅠ.ㅠ
점점 어두워지는 삿포로
야경을 즐기며 식사를 이어갑니다.
망한 사진 후보가 또 나왔어요 ㅋㅋㅋ
여섯 번째 플레이트
시라오이규 스테이크가 나왔어요.
시라오이규라니!!
무로란에서 아니 시라오이에서 먹었다고요!
운 좋게 맛있는 시라오이규를 먹고 왔기에
스테이크를 앞에 놓고 시라오이에 다녀온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스테이크가 굉장히 보들보들하게 생겼죠?
이렇게 촉촉한 느낌의 스테이크를 먹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보들보들 촉촉했어요.
굽기도 적당하고 소스와도 아주 잘 어울리더라고요.
삼겹살처럼 지방 때문에 부드러운 느낌 나는 건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지방 있는 부위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느낌이 나는 건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모리상께 선물로 화요를 드렸더니
그 답례라고 서비스로 홋카이도산 달콤한 와인을 내주셨어요.
푸룬 와인이에요.
이제 디저트가 나오네요.
복숭아 콤포트와 하스카프 셔벗
와.. 복숭아...
남이 까준 과일은 다 맛있지만
이 백도 너무너무너무 달고 맛있어요.
셔벗은 새콤해서 눈이 가늘어져요.
에스프레소 한 잔
마지막 디저트는 마카롱
쿠로고마 마카롱인데
너무 달지도 않고 고소한 깨 맛 덕분에 고소함이 극대화!
식사를 마치고 셰프님도 나와서 인사하시는데
저희를 기억하시더라고요..
주방에만 계셔서 저희랑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는데 ^^
기억해 주시니 감사하고 더 반갑고
띠르부숑이 더 애정하는 공간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주제를 알 수 없는 중구난방 대화였지만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오늘같이 제가 좋아하는 재료들로만 나오는 코스
정말 바람직합니다. ㅋㅋㅋ
평소엔 DM으로만 얘기했는데
이젠 라인으로 연락하기로 하고 서로 연락처를 교환합니다.
삿포로 있는 동안에 미리미리 연락드리고
와인 마시러 오기로 했어요.
며칠 뒤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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