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 #16_ 히가시카와 카페, Wednesday cafe&bake
2024.07.29(월)
우체국에서 친구에게 선물을 보내고 밖으로 나왔어요.
아, 우체국에서 상자를 구입할 생각으로 선물을 뽁뽁이로 돌돌 말아서 가져갔는데
직원분이 아무 의구심도 없이 그 상태로 접수하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한국에선 "이렇게 주시면 안 돼요." 라던가, "이 상태로 보내실 건가요?"라던가 질문을 하시는데
아무 질문 없이 가져가시려고 해서 되려 제가 놀라버렸답니다.
어쨌든 무사히 택배를 보내고 잠시 앉아서 플랜 B를 고민합니다.
새로운 곳을 찾아갈 건지 다른 날 가기로 한 곳을 갈 건지...
결국 다른 날 가려고 했던 곳을 가기로 합니다.
거리가 좀 멀어서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어요.
택시 회사에 전화를 해서 미치노에키로 와달라고 하고 조금 기다려서 탑승했습니다.
한참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어요.
Wednesday Cafe&Bake
웬즈데이 카페입니다.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카페라고 해요.
시내에서 많이 떨어진 곳에 있어서 운전해서 오시거나 저희같이 택시를 이용해야 해요.
트래킹 좋아하시면 오는 길이 계속 평지라 걸어오실 수도 있을 거예요.
영업시간 11:00~17:00
목요일이 휴업일입니다.
높은 천장이 인상적이에요.
커피콩을 깔고 식물을 심어 테라리움을 만들었더라고요.
테라리움도 좋아하는데 커피까지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테라리움 인테리어는 꽤 마음에 들었어요.
저희가 도착했을 때엔 손님이 많으셔서
실내 사진은 식사 전에 조금 찍었고, 식사 후 손님들 많이 나가신 후에 더 찍었어요.
실내 인테리어가 좋아서 찾아오는 분들도 많은데
모든 좌석이 1인용 또는 2인용이었어요. 손님도 2인까지만 들어올 수 있다더라고요.
구글리뷰를 보니 3인 이상인 그룹의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리뷰도 있었고
페이스북 공지를 봐도 제한적인 규칙 때문에 죄송하지만 이해해 달라고 쓰여있었어요.
그리고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1인 1 음료가 원칙이라는 리뷰도 있었는데 지금도 그런가 잘 모르겠어요.
저희는 식사 음료에 디저트까지 생각하고 갔어서 그 부분에 대한 공지는 따로 듣지 못했습니다.
평소 소음이 많은 환경 속에서 지내는 제게 여행 중에 이런 조용함은 보통 편안하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이지만
이렇게 자리를 제한하는 식의 적극적인 조용함을 추구하는 곳은 어쩔 수 없이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손님들이 계실 때에도 아주 차분한 실내 분위기였는데
많은 분들이 돌아간 뒤는 적막함 마저 감도는 분위기...
잘 먹었습니다. 귀여운 캐릭터 메모를 꽂아놓았네요.
시멘트 벽과 나무 테이블, 철제 의자들이
나름 어울림을 보여주고 있어요.
밥 먹으러 왔으니 런치메뉴를 살펴봅니다.
각자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금세 음식이 나왔어요.
제가 주문한 갈릭 쉬림프 플레이트입니다.
새우튀김이 엄청 실해 보여요. 냄새도 아주 맛스럽습니다.
남편이 주문한 아마카라 치킨 플레이트예요.
웬즈데이 카페는 히가시카와에서 재배한 나나츠보시 품종 쌀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더라고요.
홋카이도에서 키운 좋은 쌀을 사용한다니 마음에 들어요.
갈릭쉬림프 플레이트는 새우가 정말 실하고 잘 튀겨져서 맛있었는데
남편이 주문한 플레이트는 달기만 하고 매운맛은 하나도 없어서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별로라고 하네요.
그런데 구성 자체가 금액대비 만족감을 떨어뜨리긴 합니다.
1200엔 가까운 가격이었는데 외관부터 좀 허술해 보여요.
식사했으니 이제 커피도 마셔봐야죠.
그리고 여기가 까눌레가 또 유명하다니까 여러 맛으로 시켜봐야지 했지만
벌써 다 팔리고 기본 까눌레만 딱 두 개 남았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사갈까 얼른 두 개를 주문해서 받았어요.
까눌레에도 나나츠보시 쌀가루를 사용했다고 해요.
저는 웬즈데이 블렌딩, 남편은 만델링 커피를 주문했어요.
배불뚝이 커피잔
까눌레는 명성답게 아주 맛있더라고요.
쌀가루가 들어가서 식감도 다른 곳에서 파는 것들과 좀 다른 것 같고
겉은 아주 바삭하고 속은 촉촉함의 극치를 달리는 식감이었어요.
달콤하면서도 아주 단 건 아니라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커피는.. 음.. 뭐랄까
저희 취향과는 좀 맞지 않더라고요.
다크로스팅에 진하고 쓰면서도 고소한 맛과 향을 좋아하는데
남편이 주문한 만델링마저 플로랄 한 향이 나더라고요.
이거 만델링 맞아? 고개를 갸웃하면서 마셨어요.
얼마 전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요 일본 커피는 대부분 다크로스팅인 경우가 많아서
다들 진한 커피 좋아하나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커피 못 드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 가벼운 느낌의 커피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웬즈데이 카페는 저희 취향과 반대쪽에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맛이라
다음에 또 찾을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오늘 먹은 새우는 아주 맛있었고, 까눌레는 최고였답니다.